수술을 받을 수도 없이 이미 암이 진행된 환자들은 항암치료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암세포를 죽이는 세포독성 항암제들은 정상세포들도 함께 손상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리다 보니 유독 암환자들에게 면역력은 솔깃한 단어이다.
통상 면역암치료는 정통 서양의학이라기보다는 대체의학의 범주에 속한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수를 증가시키거나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없애고 나아가서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치료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미슬토 주사요법, 싸이모신알파 주사요법 등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면역세포 수를 증가시키고 기능을 더 활성화시키면 과연 암세포가 없어질까? 이론상으로 면역세포의 수가 증가하고 기능이 활성화되면 암세포를 공격하여 암을 소멸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암세포에 면역암치료제를 주었더니 암세포가 죽었다는 실험실 연구 결과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암에 걸린 환자의 몸에서 실제로 면역암치료제는 어떠할까? 애석하게도 암을 줄였다거나 생존율을 향상시켰다는 확정적인, 누구나 인정할 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 다만 작은 임상연구나 몇 개의 치료사례에서 좋아졌다는 보고가 있을 뿐이다. 면역세포의 수가 많고 활동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암세포를 다 없앨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암세포가 이런 면역세포의 감시체계를 벗어날 수 있는 교활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앞다투어 항암면역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면역치료제는 앞에서 언급했던 기존 대체의학 시장에서의 면역치료제와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암세포는 우리 면역체계의 감시를 벗어나 있는데, 비유하자면 암세포는 투명망토를 쓰고 있어서 면역세포들이 인식을 못하게 되고 면역세포의 공격으로부터 탈피하여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이 개발되는 면역치료는 우리 몸 안에 있는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인식할 수 있도록 면역치료제가 투명망토를 벗겨내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여 죽게 하는 것이다.
물론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무력화하는 투명망토 하나만 걸치고 사는 놈은 아니다. 갖가지 변신술을 다 할 수 있는 마법사와 같아서 우리가 싸울 무기 하나를 개발하면 자꾸 변해서 도망가는 무서운 놈이어서 획기적일 것 같은 이 면역치료제도 지금은 의사들에게 희망이지만 한편으로는 비관적인 의견을 가진 의사들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새로운 약제들이 개발되면서 소수일지라도 누군가는 고귀한 생명을 잃지 않고 지켜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전이암 치료에 있어서 제약회사나 의사가 효과 있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환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다. 암 치료에 있어서 교만해질 수 없고 근거가 부족한 치료도 쉽게 비웃을 수 없는 이유이다.
전성하 과장은 경희대학교 한의학과와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서 한의사와 의사 전문의 자격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전성하(토마스 아퀴나스) 과장·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 혈액종양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