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생명윤리연구소·생명대학원·서울 생명위원회가 4월 16일 가톨릭대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마련한 ‘생명윤리 논의에서 법의 역할’ 국제학술대회.
‘법은 과연 생명 앞에서 중립일 수 있는가?’, ‘법은 인간과 인간생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법은 무엇을 또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생명윤리 논의에서 법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하고 성찰하는 국제학술대회가 가톨릭대 생명윤리연구소(소장 정재우 신부)와 생명대학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추기경) 공동 주최로 마련됐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초청한 법학자들과 국내 유수의 법학자들이 ‘생명윤리 논의에서 법의 역할’에 관해 발표하고, 국내 생명윤리 관계자 등과 열띤 토론을 펼쳐 관심을 모았다.
학술대회는 4월 16일 가톨릭대 성의교정 성의회관 504호에서 열렸다. 주제발표에는 라우라 팔라차니(이탈리아 LUMSA대학 법학과)·군나 두트게(독일 괴팅겐대학 법학과)·신동일(국립한경대 법학과)·이석배(단국대 법과대) 교수가 각각 나섰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염수정 추기경은 학술대회 축사를 통해 “생명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벌어지는 생명윤리 분야에서는, 종종 가치의 다원주의와 생각의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모든 사람이 공유할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거나 심지어 거부하는 일도 일어난다”면서 “이 학술대회는 생명에 관한 법의 의미와 역할을 근본적이고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가톨릭대 산하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겸 생명대학원 원장인 정재우 신부는 “윤리는 사회학적 현상을 관찰하는데 그치지 않고 어떤 행위가 바람직하고 정당한지, 어떤 행위를 해야 하는지를 고찰한다”고 강조하고 “우리는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에 대하여 중립으로 남아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학술대회 각 발표 주제는 ‘법의 목적과 인간생명?법은 인간생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생명 관련 법의 입법과 법해석’, ‘생명에 관한 행위의 윤리적 정당성과 합법성의 관계’, ‘우리 법체계가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 등이었다.
인간생명과 관련한 윤리적 문제들은 과학의 발견과 과학기술적 적용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히 인간생명을 수호할 새로운 법체계와 규정도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생명과 관련된 문제와 법안들은 복잡하고 난해해, 구체적인 법 제정까지 이르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도덕적 다원주의도 법 제정을 지연시키는 대표적인 이유다.
라우라 팔라차니 교수는 이번 발표에서 “생명법에 관해서는 ‘인격주의적’ 접근을 해야 한다”면서 “법은 인격체로 간주되는 모든 인간 존재의 내재적이고 객관적인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도구”라고 말했다. 또한 인간 유전체 지도, 국제소송, 환경 문제 등 각 국가와 사회를 뛰어넘어 생명윤리적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문화, 국가 등의 공간이나 세대 등을 뛰어넘는 거시적인 생명윤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생명 관련 법의 입법과 법해석’을 주제로 발표한 신동일 교수는 “우리나라 생명 관련 입법과 법해석은 합리적 논증 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생명윤리 논제가 제시되고 토론되는 과정에서 ‘실제 관련 당사자의 참여’가 거의 없으며, 이론보다는 상상력에 기대 정책적 프레임에 의존하고, 입법과정과 상급법원 판결에서는 실용적 모듈을 통해 법률과 관계없이 현상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다.
군나 두트게 교수는 ‘생명에 관한 행위의 윤리적 정당성과 합법성의 관계’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참된 자기결정권’의 올바른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하고, “오직 논증에 의해 발달한 신념에 기초한 윤리는 사회적 상호작용 안에 영향을 주지 못할 위험이 있기에, 유효하면서도 위반 시 처벌을 동반하는 국가법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석배 교수는 “생명을 다루는 개별적 상황들을 형법을 통해 규율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법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을 제공하고 그보다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세분화된 생명의료윤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