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우드대학교 전경. 출처 google+
1998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자 신자 분들이 제게 이런 질문을 하시더군요. “신부님, 국악성가 하시는 분이 미국에 가셔서 무슨 공부를 하셨어요? 거기서도 국악을 가르치나요?” 물론 아니지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한 내용은 교회음악 중에서 작곡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지요. 처음엔 단순히 작곡을 공부하면 되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언어 공부를 마치고 시카고에 있는 루즈벨트 음대 작곡과 2학년으로 편입을 했지요.
매주 한 곡씩 곡을 써내야 했는데 교수님이 요구하는 작곡이 지나치게 현대음악적인 거예요. 예를 들어 감3화음으로 구성된 네 음을 주고 첼로 곡을 써오라고 하셔요. 기를 쓰고 네 음을 조합해 나름 선율을 구성해서 곡을 써 가면 이렇게 서정적인 선율 말고 예상할 수 없는 도약, 예상할 수 없는 리듬으로 곡을 쓰라는 거예요. 그럼 참 듣기 거북한 이상한 음악이 돼버리는데 교수님은 그런 스타일을 좋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성가를 작곡하기 위해 공부하는 거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럼 미사곡 중에서 키리에를 써와 보라는 거예요. 나름 현대음악적인 선율로 써갔더니 그것도 너무 고전적이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뻔한 진행 말고 예상할 수 없는 음 진행을 쓰라고 합니다. 그제야 깨달았지요. ‘아, 여기서는 현대음악 작곡만을 가르치는구나. 여기서 공부해봐야 성가작곡에는 별 도움이 안 되겠는걸. 그럼 성가작곡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든 거지요.
그래서 부랴부랴 성음악을 가르치는 학교를 찾았더니 플로리다 주 스크랜톤의 메리우드대학교와 워싱턴 DC의 미국 가톨릭대학교가 있었어요. 나름 영어도 제대로 익히고 싶은 욕심에 한국 학생이 전혀 없는 메리우드대학교에 연락을 취했지요. 원죄 없으신 성모성심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대학교였는데 바로 여름학기에 수강을 해보라고 답이 왔어요. 그래서 여름학기에 등록해 12학점을 취득하고 1996년 9월에 대학원에 정식입학을 했지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대학원 정식 입학을 위해서는 토플 성적이 550점인가 필요했는데 제가 취득한 점수는 530점이었어요. 행정실에서는 정식학생 등록을 위해 토플 점수를 다시 따야 한다는 거였어요. 당시 음대 학장님이 제 지도교수인 조셉 수녀님이셨는데 제가 찾아가 담판을 졌지요.
“학교에서 토플 성적을 요구하는 이유가 영어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를 판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 그런데 나는 이미 여름학기에 12학점을 아무 문제 없이 올 A학점으로 취득했다. 지금 다시 토플 시험을 보려면 학업을 중단하고 영어공부에 매달려야 하는데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된다. 그러니 내 영어 수학능력을 인정해서 토플을 면제해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 거지요. 수녀님이 제 말에 일리가 있다고 하시면서 그 자리에서 행정실에 전화를 걸어 토플을 면제해주는 걸로 해결을 해주셨지요.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메리우드대학교에서 성음악 작곡 공부를 시작하게 됐답니다.
강수근 신부(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수도회 한국관구장)
1992년 사제로 서품됐다. 미국 메리우드대학 음악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로마 교황청립 성음악대학 작곡과를 수료했다. 현재 국악성가연구소 소장과 우리소리합창단(서울) 담당 사제를 맡고 있다.
강수근 신부(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수도회 한국관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