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16일 로마 치암피노 공항에서 레스보스 섬에서 데려온 시리아 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그리스 레스보스 섬을 방문한 교황은 12명의 시리아 난민 가족과 함께 로마로 돌아왔다. 【CNS】
【그리스 미틸레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리스 난민수용소에 머물고 있던 난민들을 로마로 탈출시켰다.
교황은 4월 16일 그리스 에게 해 연안 레스보스 섬을 방문해 이곳에 머물러 있는 난민을 위로하고, 미성년자 6명을 포함한 12명의 시리아 난민들을 이탈리아로 초청했다. 이러한 행보는 난민들에게 관용을 보여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교황이 이를 몸소 실천한 것으로 더욱 관심을 모았다.
교황청은 교황이 이들 난민을 이탈리아로 초청한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교황이 출발하기 2시간 전 그리스 언론에 교황이 난민을 태우고 돌아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들이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서야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교황청 국무원은 이들 난민이 합법적 지위로 이탈리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이탈리아, 그리스 정부와 필요한 절차를 마쳤다. 교황청은 이들 세 가족이 정착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할 계획이며, 로마의 산에디지오 공동체가 이들을 후원하게 된다.
이들 시리아 난민은 3월 20일 체결된 유럽연합과 터키 사이의 난민협정 이전에 그리스에 도착했다. 유럽연합과 터키의 난민 합의에 따라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곳 난민들은 터키로 송환된다. 레스보스 섬은 터키-그리스 난민 루트 문제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레스보스 섬 모리아 난민 수용소에는 현재 2500여 명이 난민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교황은 16일 동방정교회 수장으로 추앙받는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 아테네의 이레니모스 대주교와 함께 레스보스 섬을 방문해 난민들을 위로했다. 교황 일행은 아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했고 난민들의 손을 잡아줬다. 이슬람 여성 신자들을 위해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 이들의 신앙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회 수장들의 방문에 아이들과 여성을 포함한 난민들은 웃음과 눈물, 또한 도움을 요청하는 호소로 응답했다.
수용소를 방문한 교황 일행은 인근 해안가로 나가 유럽행을 택했다가 바다에서 죽은 난민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국제 이주 기구에 따르면, 올해에만 15만 명의 난민과 이주민들이 에게 해를 건넜고, 이중 최소 366명이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황은 “이들의 무덤에는 묘비는 없지만 모두 사랑받던 소중한 사람들이었다”면서 “우리는 무관심이라는 깊은 잠에서 깨어, 이들의 고통을 주시하는 한편 안락함과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리스에서 5시간을 머물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교황은 난민 동행 경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구호단체가 시리아 난민과 같이 로마로 돌아가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즉시 승낙했다”면서 “이는 성령의 영감을 받아 이뤄졌다”고 답했다.
교황은 “이들의 종교가 이슬람이라는 것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면서 “이들 모두 하느님의 자녀”라고 했다. 교황청의 난민 초청 리스트에는 두 그리스도인 가족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들은 서류작업이 늦어져 같이 올 수 없었다.
이어 교황은 난민 아이들이 준 그림도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아이들의 그림에는 아이가 바다에 빠져 죽어 있거나 바다에 빠진 난민을 보면서 태양이 울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교황은 “이 아이는 물에 빠져 죽은 아이를 본 것”이라면서 “오늘이야말로 정말 울어야 할 날이고, 만일 태양이 울 수만 있다면 우리도 같이 눈물을 흘려줘야 할 것”이라며 이들 난민에 대한 관용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