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본당의 역사를 따라] 수원대리구 서둔동본당
병인박해 순교자 24위 시복 기념해 세운 성당
전국에 세워진 복자 기념성당 중 한 곳
1990년대 수원시 확장되며 본당도 성장
활발한 선교활동으로 칠보·서호 등 분가
서둔동본당 성당.
올해는 병인박해가 시작된 지 150년이 되는 해다. 교구에는 이 병인박해의 순교자들이 복자품을 받은 것을 기념해 설립된 본당이 있다. 바로 수원대리구 서둔동본당(주임 진효준 신부)이다.
본당 공동체는 1921년 경 호매실 지역에 왕림본당 소속 공소를 시작으로 싹을 틔웠다. 이 신앙공동체는 거목이 많아 붙은 지역 이름을 따 노림공소라고 불렸다. 또한 새 영세자들이 늘어나면서 금곡과 두암 등지에 또 다른 공소를 분가시키는 등 활발한 신앙 활동을 펼쳤다.
사실 모본당인 고등동본당은 서둔동이 아닌 고색동에 새로운 본당을 설립하고자 1965년 대지 구입과 사제관·강당 건축 등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고색동 분당 추진은 보류됐다. 교구 전체 사제회의를 통해 서둔동에 순교복자 기념성당을 건립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교회의는 병인박해 100주년인 1966년에 병인년 순교자 24위 시복식을 추진하고, 각 교구마다 순교복자를 현양하기 위한 기념성당을 세우기로 뜻을 모았다. 교구 역시 이에 동참했고 로마 성베드로대성당에서 병인박해 순교자 24위가 시복된 1968년에 서둔동본당을 설립해 기념성당을 준비했다.
본당은 교구청이 매입한 성당부지에 교황청의 후원금 1만 달러와 본당 신자들의 정성을 모아 성당 건축을 시작했다. 이어 1969년 9월 16일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지 123주년이 되는 날에 성당을 완공했다.
서울대학교 윤장섭 교수가 설계한 성당은 14개의 기둥으로 받친 8각형 형태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이었다. 벽은 붉은 벽돌로 쌓았고, 종탑은 한옥 정자 형태의 지붕 위에 올렸다. 한옥의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골조노출 기법으로 꾸민 현대적인 양식의 이 성당은 당시 건축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전국에 세워진 복자기념성당 중에서도 돋보이는 건축물이라는 평판을 얻기도 했다.
본당은 1990년 본당 신자 수 증가에 따라 새 성당을 건축했지만, 본당의 옛 성당인 순교복자기념성당은 여전히 보존해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본당은 교구 청소년사목의 요람이기도 하다. 1992년 1월 본당에는 교구 청년사목실이 설치됐고, 같은 해 5월 청소년사목실로 확장됐다. 교구 최초 청소년을 전담하는 기구의 탄생이 본당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후 1994년 권선동으로 확장 이전한 청소년사목실은 오늘날 가톨릭청소년문화원의 모태가 됐다.
본당은 설립 당시부터도 청소년사목에 관심이 많았다. 지역 주민을 위한 탁아소 형태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본당은 1977년 3월 복자유치원을 개원해 어린이들을 복음적으로 키워내왔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수원시가 급격하게 확장해나갔다. 본당은 이에 따른 분당에 대비해 구운동, 서호, 칠보 등지에 성당부지를 매입했다. 이어 1995년 칠보본당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서호·상촌·당수동본당 등을 분당하면서 꾸준히 선교에 힘썼다. 본당의 활발한 선교운동으로 1998년에는 본당 신자수의 10%가 넘는 355명이 입교하기도 했다. 본당은 현재도 3200여 명의 신자들과 함께 지역에 복음을 전하며 활발히 신앙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