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구 결전본당 군종병 ‘사도회’ 병사들이 성가연습을 하고 있다. 군종병들은 미사 전례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신들의 신앙을 키우는 동시에 본당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는다는 자부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군종교구 결전본당 제공
매주 토요일 오전,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군종교구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 결전본당(주임 김대영 신부)은 적게는 20여 명, 많게는 30명 넘는 병사들로 늘 북적인다. 미사나 특별한 본당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김없이 성당을 찾는 이들은 모두 군종병들이다. 군종병들 가운데는 성당이 곧 근무지인 상근 군종병 김민후(알퐁소) 상병과 평일에는 소속 부대에서 군복무 하고 토요일과 주일에만 군종병 활동을 하는 ‘대대 군종병’이 섞여 있다. 상근 군종병과 대대 군종병들은 ‘사도회’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다. 현역 군인으로 복무에 충실하면서 군인 사도로서 신앙적 모범을 보여 군복음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김민후 상병은 “군종병 사도회 인원이 20명 정도 되는 군종교구 본당은 가끔 있는 것으로 알지만 결전본당처럼 30명이 넘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전본당 사도회도 지난해까지 20명 선이었다가 지난 예수 성탄 대축일과 올해 예수 부활 대축일을 지나면서 군종병 활동을 원하는 병사들이 계속 사도회 가입을 문의해 와 지금은 36명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사도회 인원 중에는 서울대교구 신학생 김지훈(스테파노) 상병과 대전교구 신학생 박종선(라우렌시오) 이병도 포함돼 있다.
결전본당 군종병 사도회는 전례부와 음악부로 구성돼 있다. 토요일 오전에 성당에 모인 군종병들은 전례부와 음악부별로 다음날 주일미사를 준비한다. 사도회 인원이 최근 1년 사이에 빠르게 증가한 데에는 선후임 군종병 사이에, 미사 전례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신들의 신앙을 키우는 동시에 본당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는다는 자부심이 자리하고 있다.
매해 성탄과 부활 대축일을 앞두고서는 사도회 모든 군종병들이 10일 안팎 일정으로 성당에서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군종병 집체교육을 통해 군종병의 사명을 되새기고 대축일 전례의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히 준비한다. 선후임 계급을 떠나 가톨릭신앙이라는 공통분모가 부각되면서 끈끈한 정이 쌓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주일미사 밴드 반주를 맡고 있는 음악부는 기타와 드럼, 베이스, 피아노 담당자들이 밴드 역사를 이어갈 후임 연주자들을 가르치고 후임 연주자들은 악기 연주를 배우는 과정에서 군복무 중 소중한 자기계발도 일궈내고 있다. 결전본당 사도회 음악부에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다 입대한 김 상병을 비롯해 성악을 전공한 사단 군악대원 조규민(안드레아) 상병, 프로급 기타 실력을 자랑하는 김석훈(빅토르) 병장 등 수준급 연주자들이 즐비하다.
결전본당 사도회 군종병들은 토요일 점심, 주일 점심과 저녁 식재료를 직접 장만하고 요리까지 스스로 해 모두 모여 식사를 같이 한다. 군종병 중 취사병이 아닌데도 취사병보다 요리를 더 잘하는 오기진(프리실리아노) 상병이 요리를 전담하고 있다. 군종병들이 먹고 싶은 메뉴를 김 상병에게 건의하면 김 상병이 주중에 미리 장을 본다.
결전본당 군종병 사도회에 ‘한 식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유다.
결전본당 주일 오전 10시30분 미사와 오후 2시 신병교육대 미사 전례와 간식을 준비하는 것도 군종병들의 몫이다. 이들은 주일 오후 7시에는 차분히 하루를 돌아보며 저녁기도를 함께 바친 뒤 다음 한 주 활동 사항을 점검하는 ‘사도회의’를 여는 것으로 주일을 마무리짓고 각자 소속 부대로 돌아간다.
김 상병은 “김대영 신부님께서 사도회 군종병들에게 지금처럼만 해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격려해 주셨다”며 “형제애를 나누는 사도회가 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 인터뷰 / 결전본당 군종병 김민후 상병
“냉담하던 병사 다시 성당 올 때 큰 보람”
군종교구 제20기계화보병사단 결전본당(주임 김대영 신부) 군종병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후(알퐁소) 상병은 군종병으로 복무하며 가장 기쁜 일로 “동료 군종병들과 매주 토요일과 주일마다 성당에서 만나 군인이기 이전에 신앙인으로 친교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병은 “군종병으로 활동하다 제대한 선임병 중에 결전성당을 그리워하며 민간인 신분으로 결전성당에 다시 찾아오는 분들도 종종 있다”며 “옛 정을 잊지 못하고 작은 선물을 들고 찾아오는 선배 군종병들을 보면 정말 고마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17년 1월 제대를 앞둔 김 상병은 “저에게도 제대할 날이 올까 싶을 만큼 군생활이 많이 남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저도 제대 후에 꼭 결전성당을 다시 찾고 싶다”고 밝혔다.
상근 군종병인 김 상병은 평일에는 혼자 사무장 역할까지 맡으며 성당을 지키고 주말에는 동료 군종병들을 만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김 상병은 “평일에 본당 사무실에 혼자 있을 때 외롭고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는 고충을 드러냈다.
김 상병은 “제 의지만으로 군종병 보직을 맡은 것은 아니었는데 군종병으로 신부님, 수녀님을 가까이 접하면서 알게 모르게 제 신앙이 성숙해 지는 것을 느낀다”며 “주임신부님 사목과 부대 장병들의 복음화에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군종병으로 군생활 하다 보면 같은 부대 장병들 중에 냉담하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띄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선임병이나 간부들에게는 성당에 나오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지만 신병이나 후임병에게는 조심스럽게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김 상병은 “결전본당 사도회 군종병 수가 늘어나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냉담하던 병사가 다시 성당에 나오는 모습을 볼 때 더 큰 보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