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어쩌면 하루 새에 벚꽃이 이렇게 만개를 해요. 엊그제까지 싸늘해서 겨울잠바를 입었는데. 참 곱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누가 만들었을까요.”
3월말, 모처럼 아내와 함께 아파트 근처를 산책했습니다. 아내가 갑자기 활짝 핀 벚꽃을 보고 연신 감탄사를 쏟아냅니다. 저는 “이 모두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기적 아닐까요”라고 답했습니다.
여러분은 기적을 믿습니까? miracle(기적)이란 라틴어 miraculum에서 유래했습니다. miraculum은 wonder, marvel(놀라움, 경이)이라는 뜻입니다. 사전에는 ‘기적이란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신(神)에 의하여 행해졌다고 믿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저는 기적을 믿습니다. 아니 매일 온몸으로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기적을 체험합니다. 아침 출근길에 듣는 온갖 새들의 지저귐에서, 구석진 바위 틈새에 피어난 이름 모를 가녀린 야생화에서, 한겨울 혹한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파스텔톤 여린 싹을 틔우는 나무에서 불가사의한 자연의 신비를 보게 됩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어떻게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한 가지가 모두 신비이자, 기적이라고밖에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항공기가 하늘을 나는 것 역시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항공기는 수십만 개의 부품으로 결합돼 있습니다. 아주 작은 한 개의 너트에 결함이 발생해도 항공기는 하늘을 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정교하게 제작된 쇳덩이가 조종사들에 의해 시동이 걸리면 살아 있는 생물이 됩니다. 저는 항공기를 조종할 때는 물론이고 하늘을 나는 항공기를 보기만 해도 성호경을 바칩니다. 제 경험상 하느님의 보살핌 없이는 안전비행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우리의 행위 자체는 우리에게 속해 있지만 그 행위의 결과는 이미 하늘에 속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항공기는 인간이 만들었지만 안전하게 비행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은 하느님의 이끄심이 있어야 합니다. 어제까지 이상 없이 비행한 항공기가 오늘 이상이 발생해 사고로 이어진 예가 이를 증명합니다. 늘 기도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항공기를 조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적하면 예수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공생활 3년 동안 수많은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죽은 이를 살려내시고, 귀머거리를 듣게 해주시고, 눈먼 이의 눈을 열어주시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셨으며, 하혈하는 여인의 하혈을 멈추게 해주셨습니다.
예수님에게 기적의 은총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을 조건없이 믿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기적을 믿었기에 기적의 은총을 받았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요한 11,25-26)
이연세(요셉) 대령/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안전관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