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생태적 가치 무시한 처사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제19회 가톨릭 에코포럼 개최
“전 국토의 4%에 불과한 국립공원, 거기서도 1%밖에 안 되는 자연보존 지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국립공원의 생태적 가치와 존재 이유를 짓밟는 것입니다.”
녹색연합 박그림(아우구스티노) 공동대표는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이재돈 신부)가 4월 26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마련한 제19회 가톨릭 에코포럼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은 국립공원을 돈벌이 대상인 관광지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특히 “케이블카 예정 노선에는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 등 멸종위기 10여 종이 서식한다”고 지적하고, “연 50만 명으로 추정되는 케이블카 이용 탐방객과 등산객 50만 명 등 100만 명이 정상부에서 북적거릴 때 설악산 정상부의 훼손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설악산의 기쁨과 눈물’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한 대도 없고 유럽의 경우 설악산의 15배 규모 국립공원에 불과 200여 명밖에 출입이 허가되지 않는다”면서 “설악산 등산로의 훼손은 입장객 수를 줄이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의하면, 지난해 설악산 입장객은 350만 명, 그중 40만 명이 대청봉에 올랐다. 이 때문에 대청봉에 오르는 탐방로들은 예외 없이 훼손되고 있다. 그는 특히 올바른 산행문화를 이끌고 등산객들의 안전과 자연 환경을 감시, 보호하는 대피소가 관광객들의 숙박과 취사 장소가 되어 오히려 잘못된 산행 행태를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양양뿐만 아니라 속초, 인제, 고성 등 설악산 인근 지역 지자체 역시 케이블카 설치 계획이 있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가 이뤄지면 전국의 모든 산간 지역에 케이블카 설치가 난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케이블카 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발제에서 “대기업, 대자본 중심의 편협한 개발 논리는 자연을 훼손하고 일부 대기업과 자본가의 배만 불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위스 남부 소도시인 체르마트의 자연친화적 생태관광 개발 사례를 소개하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은 지역 사회와 경제, 주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에 설악산의 자연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생태관광산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제20회 에코포럼은 5월 24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빙엔의 힐데가르트’를 주제로 열린다.
※문의 02-727-2283, 2272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