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외곽문. 초대 교구장인 안세화 드망즈 주교의 4가지 봉헌인 계산주교좌성당, 주교관, 신학교, 성모당이 새겨져 있다
2009년 12월 8일, 당시 교구장 직무대행 조환길 주교는 ‘우리 모두 100주년 기념 주교좌 범어대성당 건립에 동참합시다’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조 주교는 담화에서 “교구 설정 100주년을 앞둔 세 가지 기념사업 가운데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대성당 건립 사업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사업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계산성당이 주교좌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다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범어대성당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1902년 지어진 계산주교좌성당은 지난 100년 넘게 교구 전례와 영성의 중심 공간으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수용 인원이 600여 명 정도로 사제서품식 등 사제단과 교구민이 미사를 봉헌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대구대교구는 1986년 남산동 교구청에 ‘성 김대건 기념관’을 짓고 사제·주교서품식과 같은 큰 행사들을 열어왔다.
2011년 교구 100주년을 앞두고, 교구는 2007년 100주년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2010년 2월, 기존 준비위원회를 개편해 재구성한 기념사업추진본부를 본격 출범시켰다.
100주년 기념성당 건립과 관련해 2008년 본당 결산 총액을 2010년부터 5년간 나눠서 봉헌하기로 했다. 교구 사제단과 대성당이 건립될 범어본당, 가톨릭경제인회 등 전 교구민이 자발적으로 건립금을 내기로 했다.
특히 범어본당 공동체는 대성당 건립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았다. 건립에 들어간 532억원 가운데 100억원을 본당 신자들이 봉헌했다.
두 차례에 걸친 바자, 묵주기도 1천만 단과 고리기도 봉헌 등 한마음 한뜻이 돼 노력했다.
범어본당 신자들이 매일 바치는 건립기도문에는 “당신 성전을 봉헌하고자 드리는 저희의 정성을 어여삐 보시어, 저희 희생과 봉사가 세상의 자랑이나 업적이 아닌 당신 뜻에 합당한 예물이 되게 하시고, 당신께 영광이 되게 하소서”라고 적혀 있다.
본당 주임 장병배 신부는 “신자들에게 건립금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대신 본당 살림을 더 아꼈다”면서 “함께 화합해 하느님의 집을 짓고 기뻐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 신부는 공동체 단합에 더 노력했다. 2013년 3월, 대성당 건립 첫 삽을 뜨면서 체육대회, 성경필사, 추억의 사진전과 같은 행사를 마련하며 친교와 일치를 나누는 시간을 더 가졌다.
범어대성당에는 옛 범어성당의 추억과 그리움도 담겨 있다. 철거되기 전 성당에서 가져온 제대와 14처, 프란치스코 동상, 성당 문 등을 전시한다. 특히 예전 성당 제대 자리는 그대로 보존한다. 14처는 소성당인 ‘프란치스코성당’ 벽에 걸려 있다.
60년 넘게 서 있던 옛 범어성당 건물은 사라졌지만, 공동체를 이뤄온 신앙의 역사는 계속 이어진다. 새롭게 지어진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범어본당 신자들은 새로운 100년을 향한 신앙 여정에 들어섰다. 이곳을 중심으로 대구대교구 ‘새 시대 새 복음화’를 향한 이정표가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