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의 성직중심주의를 질타하고 나섰다. 교황은 성직중심주의가 교회 내 평신도의 역할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신학적으로도 모든 신자들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을 경시해 교회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4월 26일 교황청 주교성 장관이자 교황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장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에게 전한 서한에서 이렇게 밝혔다. 교황은 “그 누구도 사제로 혹은 주교로 세례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로 축성되고 이를 통해 성화되고 신앙을 증거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황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는 지난 3월 남미 민중의 삶 안에서 평신도의 역할에 관해 논의했으며, 교황은 이 논의가 “헛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번 서한에서 사회의 선익과 정의를 위한 가톨릭 평신도의 노력에 대해 “사목자는 평신도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하거나 명령하지 말라”면서 “평신도들은 이미 성직자보다 이 분야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썼다.
교황은 “현대 사회가 던지는 다양한 도전에 대해 사목자들이 해결책을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고 또한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사목자들은 반대로 평신도의 편에 서서 이들이 찾고자 하는 것을 돕고, 현대의 문제에 대한 이들의 응답을 도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교황은 평신도들은 성직자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신성하고 충직한 백성”이며, “사목자들은 이들을 위해 봉사해야지 이들을 이용하려 들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평신도의 역할에 관한 논의에 대해서는 “교회나 본당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만 헌신적인 평신도”라고 생각하는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하며, 대부분의 평신도들은 각 가정과 이웃, 도시와 국가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사명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받은 신앙은 많은 경우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에게서 온 선물”이라면서 “이들은 각 가정 안에 살아있는 그리스도에 대한 기억이고, 우리는 이들을 통해 가정에서 기도하는 법과 사랑하는 법과 신자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교황은 신앙을 전달해 온 평신도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사목자들에게 평신도를 향해 “문을 열고, 이들과 함께 일하고 꿈꾸며, 이들의 삶을 성찰하고 이들과 함께 기도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