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주 센터빌의 한 가정에서 저녁식사 전 기도를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사랑의 기쁨」을 통해 각 가정 안에 사랑을 키워 가정을 보호해 달라고 당부했다. 【CNS 자료사진】
가정과 결혼생활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은 현실과 무관한 이론서가 아니다. 교황은 「사랑의 기쁨」을 통해, 교회와 사목자들이 가정 안에서 상처 받아 고통당하는 모든 이와 가까이 동행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또한 교황은 어려움에 처한 가정들에게 서슴지 말고 사목자의 도움을 청하라고 당부한다. 사목자에게는 개개인이 처한 상황을 단정하거나 엄격한 규율에 맞추어 판단하지 말도록 요청하고 있다. 사안별로 문제점과 어려움 등을 식별하고, 이들 가정을 동반해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자비를 베풀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본지는 두 차례 「사랑의 기쁨」을 해설하면서 오늘날 가정의 현실과 도전,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부부 간의 사랑, 가정의 열매 등 가정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관점들을 풀어봤다. 이번 호에서는 「사랑의 기쁨」이 제시하고 있는 자녀 교육의 중요성과 성교육, 온전치 않은 가정에 대한 돌봄과 식별, 교회로의 통합 방안, 혼인의 영성에 대해 알아본다.
■ 자녀 교육의 중요성
「사랑의 기쁨」은 제7장에서 자녀 교육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자녀들의 윤리교육과 훈육, 인내가 필요한 현실, 성교육, 신앙의 전수 등 교육적 맥락에서 가정의 역할을 설명한다. 각각의 항에서 제시되는 권고와 조언은 지혜롭고 탁월하다. 특히 교황은 자녀들의 윤리교육은 “이해되고 수용되며 존중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실천해 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사랑의 기쁨」 271항 참조)
‘더 나은 자녀 교육을 향하여’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집착은 교육적이지 않다”면서 “우리는 자녀가 처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에, 부모가 자녀의 행방을 알려하고, 자녀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려 집착한다면 부모는 자녀의 공간만을 지배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은 “이런 식으로는 부모가 자녀를 교육하지 못하고, 힘을 길러주지도 못하며, 도전에 맞서게 하지도 못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많은 사랑으로 자녀들이 자유를 키우고, 소양을 지니며, 온전한 성장을 하고, 참다운 자립을 촉진하는 과정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일”이라고 전했다.(「사랑의 기쁨」 261항 참조)
성교육을 다룬 부분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교황은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먼저 “성을 가볍게 여기고 무력화시키는 이 시대에 가톨릭 교육 기관들이 이 도전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어 건전한 성교육은 “사랑과 서로 자신을 내어주는 것에 관한 교육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사랑의 기쁨」 280항 참조)
교황은 또한 ‘안전한 성관계’(safe sex)라는 표현이 문제점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표현이 “성관계로 생길 수도 있는 아이를 자신이 방어해야 하는 적으로 여기는, 성관계의 자연스러운 목적인 출산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뜻하기 때문이라면서, “이 표현은 수용이 아니라 자기애적인 공격성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사랑의 기쁨」 283항 참조)
■ 취약한 가정에 대한 동반과 식별, 통합
「사랑의 기쁨」은 교회의 전통적 가정관에 부합하지 않는 가정에 대해 자비를 베푸는 한편 이들에 대한 사목적 식별을 하라고 초대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8장에서 동반과 식별, 통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용어들은 취약한 상황, 복잡한 상황, 불법적 상황에 대처하는 데에 중요하다. 교황은 이 장에서 사목의 점진성, 식별의 중요성, 사목적 식별에 관련된 기준과 사정을 참작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사목적 자비의 논리’에 관하여 언급했다. 이는 가정 문제와 관련해 상당히 민감한 부분들이며, 두 차례에 걸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총회에서 논의 된 결과이기도 하다.
교황은 그리스도교 혼인의 본질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교 혼인과는 다른 형태의 결합은 근본적으로 그리스도교 이상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 일부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이 이상을 비슷하게 실현한다”고 인식했다. 교회는 혼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부합하지 않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건설적인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사랑의 기쁨」 292항 참조)
“불법적” 상황의 식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을 피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들이 처한 상황으로 당하는 고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사랑의 기쁨」 296항 참조) 이어 “모든 이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모든 이가 교회 공동체에 참여하는 알맞은 방법을 찾도록 도와서 그들이 ‘과분하고 무조건적이며 무상(無償)인’ 자비의 대상임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랑의 기쁨」 297항 참조)
이러한 맥락에서 교황은 시노드 교부들의 의견들을 받아들여 “이혼 후 사회재혼한 신자들이 여러 가능한 방법으로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온전히 통합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황은 “이들의 참여는 다양한 교회 봉사를 통하여 드러날 수 있다”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교회에서 파문당했다고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 살아가며 활발한 구성원으로 성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통합은 그들의 자녀를 돌보고 그리스도적으로 양육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사랑의 기쁨」 299항 참조)
■ 잣대보다는 사안별 식별 강조
교황은 「사랑의 기쁨」을 통해 각 가정의 구체적인 상황들의 엄청난 다양성을 고려하면, 일종의 교회법과 같은 새로운 일반 규범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개별 상황에 대해 책임 있게 사목적 식별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교황은 사목자들이 신자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이들을 동반하고 이들의 상황을 식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제시했다.
교황은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는 신자들이 자신의 목자에게, 또는 주님께 헌신하는 평신도에게 신뢰하는 마음으로 다가가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 바란다”면서 “신자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바람에 대한 동의를 늘 얻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개인적 성장의 길을 발견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빛을 분명히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목자들에게는 “목자들이 신자들의 말을 사랑의 마음으로 침착하게 듣고 바른 마음으로 그들의 어려움과 관점을 이해하고,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며 그들이 교회 안에서 자신에게 맞갖은 자리를 찾도록 하여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사랑의 기쁨」 312항 참조)
교황은 아울러 예외적 상황을 이해한다는 것이 완전한 이상의 빛을 흐리거나 예수님께서 인간에게 제시하신 것에 이르지 못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 “오늘날 혼인 생활에 실패한 이들에 대한 사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혼인을 강화하여 그 파국을 막는 사목적 노력”이라고 (「사랑의 기쁨」 307항 참조) 밝혔다.
■ 혼인과 가정의 영성
교황은 「사랑의 기쁨」 마지막 장인 제9장에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행위들로 이루어져 있는’ 혼인과 가정의 영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교황은 “영성에 대한 깊은 갈망이 있는 사람은 성령을 따르는 삶의 성숙에 가정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오히려 가정은 우리가 신비로운 일치의 절정에 이르도록 주님께서 사용하시는 수단”이라고 말했다.(「사랑의 기쁨」 316항 참조)
교황은 가정생활의 모든 것, “기쁨과 휴식과 축제, 그리고 성(性)조차도 주님 부활의 온전한 삶에 참여하는 체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사랑의 기쁨」 317항 참조), 파스카의 빛 안에서 드리는 기도, 하느님의 성실하심을 반영하여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함께 늙어가는 (부부의) 자유로운 배타적 사랑의 영성을 언급했다.(「사랑의 기쁨」 319항 참조)
이어 “가정생활 전체는 자비로운 보살핌”이라면서 “우리 저마다는 우리의 사랑과 돌봄으로 다른 이들의 삶에 흔적을 남긴다”고 돌봄과 위로와 격려의 영성을 언급했다.(「사랑의 기쁨」 322항 참조)
「사랑의 기쁨」 마지막 항에서 교황은 “어떠한 가정도 완전한 형태로 영원히 천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각 가정이 사랑의 능력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당부했다. 특히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과 한계를 넘어서서 더 위대한 것을 향하여 나아가는 데에 힘쓰도록 부르심을 받았다”면서 “우리의 한계 때문에 용기를 잃지 말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사랑과 친교의 충만을 추구하는 일을 멈추지 말자”고 각 가정을 격려했다.(「사랑의 기쁨」 325항 참조)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