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알현하며 선물로 받은 묵주를 들어보이는 김재훈군.
“교황님 손을 잡는 순간 너무 긴장해서인지 교황님이 끼고 계신 ‘어부의 반지’에 입을 맞출 생각을 못했습니다.”
김재훈(베드로·중3·인천 학익동본당)군은 지난 4월 24일 이탈리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봉헌된 자비의 희년 기념 ‘13세에서 16세의 청소년들을 위한 날’ 미사에 참례해 생애 처음으로 교황을 알현했다. 인천교구 예비신학생인 김군은 같은 교구 중고등학교 청소년 13명과 김용수 신부(교구 청소년부 담당), 김태현 신부(교구 새복음화부 담당), 인솔 교사 2명과 4월 16일 로마에 도착해 이탈리아 성지순례와 바티칸 박물관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 후 교황 주례 미사에 참례했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모인 청소년을 포함해 모두 1만여 명이 참례한 이날 미사가 끝나고 청소년 30여 명이 교황의 손에 입을 맞추는 감격을 누렸다. 김군은 “교황님을 알현할 청소년들과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은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교황님 손을 잡고서야 교황님을 실제로 만나고 있다는 긴장감이 들었고 교황님께서 저에게 영어로 ‘Pray for me’(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라고 말씀하셨다”며 당시 상황을 또렷이 기억했다.
김재훈군이 4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 미사를 봉헌한 뒤 교황을 알현하고 있다. 인천교구 청소년부 제공
김군은 “교황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지만 교황님께 뭐라 답변할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다가 ‘오케이’(OK)라고 답한 뒤 ‘Pray for me’(교황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청했다”고 밝혔다. 김군의 기도 요청에 교황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군은 교황의 손을 잡고, 바로 눈 앞에서 바라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언론매체에서 보던 모습대로 교황님은 자상했고 그분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고 답했다.
중1 때부터 예비신학생 생활을 시작해 본당 복사단과 청소년 밴드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김군은 일생에서 단 한번일 수 있는 교황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성소가 커진 것을 느끼고 있다.
김군은 이번 이탈리아 방문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가운데 하나로 피렌체주교좌성당 경당에서 외국인 노부부와 한국어 미사를 함께 드린 것을 꼽았다. 외국인 노부부가 한국어를 전혀 모르면서도 정성껏 미사 전례에 참여하고 한국 청소년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가톨릭의 보편 신앙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는 것. 아프리카에서 온 또래 흑인 청소년들과 짧은 시간이나마 스스럼없이 친교를 나누는 과정에서 인종적 편견이 허황된 것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