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례 없이 엄청나게 늘어난 난민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대륙에, 장벽 뒤에 숨는 대신 책임감을 갖고 난민들을 맞이해 그들에게 희망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5월 6일 유럽 통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샤를마뉴상을 수상했다.
교황은 수상소감을 통해 마르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유명한 연설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 내용을 환기시키고, “유럽 지도자들의 면전에서 유럽이 힘을 모아 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나는 이주민을 범죄시하는 대신 어려움에 빠진 이들을 돕는 유럽, 검소한 삶을 사는 젊은이들, 결혼과 자녀가 기쁨이 되는 유럽을 꿈꾼다”면서, 이민자 유입을 막는 유럽의 행태와 소득 부족을 이유로 결혼과 자녀 출산을 꺼리는 유럽 청년들의 모습을 꼬집었다.
이날 교황이 받은 샤를마뉴상은 서유럽을 최초로 통합한 샤를마뉴 대제(742∼814)를 기리기 위해 1949년 제정됐다. 교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난민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난민 문제가 고조되고 있는 시기에 양심을 일깨우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로 유럽 통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보통 주님 승천 대축일에 독일 아헨에서 열리지만, 올해는 특별히 바티칸의 교황궁에서 열렸다. 시상식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앙리 룩셈부르크 대공작뿐만 아니라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수뇌부가 참석했다.
마르셀 필립 아헨 시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늘이 유럽에 준 선물”이라면서 “유럽은 그리스도교의 가치와 같은 소중한 것을 잃었고 이를 신속히 복구해 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상이든 거절하기로 유명한 교황은 이번 수상은 승낙했다. 교황은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유럽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고 세 번이나 되물으면서, 인권의 보루이자 예술가의 고향, 형제자매들의 존엄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의 어머니로서 역할을 했던 과거 유럽의 영광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탄했다.
이어 교황은 유럽은 다양성의 포용과 통합, 존중과 대화 증진, 공동선 증진을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 ‘새로운 인본주의’를 탄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지금 유럽에 필요한 것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연합이 아니라 문화적, 종교적, 교육적 이상과 비전을 바탕으로 한 통합이라고 역설했다.
교황은 특히 “교회의 사명은 복음 선포와 하느님의 위로와 자비, 희망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묶어주는 것”이라면서 “가톨릭교회는 지쳤지만 엄청난 힘과 가능성을 지닌 유럽의 재탄생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