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성당.
1886년 체결된 한불수호조약으로 신앙의 자유가 어느 정도 인정되면서 수원, 안양 지역에 활발히 전교활동이 펼쳐졌다.
하지만 수원과 안양 사이의 의왕지역에서는 좀처럼 전교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1938년 일제강점기에 천 마리아씨는 북수동본당 관할 반월 사사리의 공소에서 세례성사를 받고 의왕 지역의 첫 신자가 됐다. 이후 혼인, 이사 등으로 몇몇 신자들이 의왕 지역에 왔지만 서로가 교우인지 모르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의왕 지역 신자들은 15년 이상 공소도 없이 20리가 넘는 길을 걸어 다니며 신앙생활을 이어 왔다.
의왕 지역에 공소가 생긴 것은 1963년이다. 당시 북수동본당 주임이었던 장금구 신부가 의왕 지역 사람들이 천주교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공소를 설립했다. 공소 설립 후 장 신부는 자주 공소를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미사 참례자가 늘어났다.
공소는 1964년에 ‘부곡유아원’을 개원해 유아들을 교육하고 천주교회 존재를 알려 전교에 박차를 가했다. 또 신자들이 직접 벽돌을 찍고 쌓아 공소 강당을 세우기도 했다.
활발한 활동으로 공소는 1969년 10월 준본당으로, 1970년 4월 16일 본당으로 승격됐다. 부곡본당으로 명명된 본당의 신자 수는 400여 명에 불과했다. 당시 사제가 필요한 곳이 많아 1973~1976년 잠시 본당이 폐지되기도 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했던 장금구 신부가 의왕에 오면서 다시 본당으로 부활했다.
지역의 유아교육을 이끌고 있는 의왕본당 성모유치원.
본당은 1979년 성당을 봉헌하고 신심단체를 조직, 신앙활동을 강화해나갔다. 이런 가운데 본당 출신 사제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1993년에는 본당 교육관 건설과 함께 공소시절부터 지역 어린이들을 가르쳐 온 부곡유아원을 성모유치원으로 승격시켜 지금까지 체계적인 유아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 본당 신자수가 3000명을 넘어서면서 새 성당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본당은 본래 증축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증축과 신축의 비용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 신축을 단행했다. 당시에는 나라 전체가 경제위기로 신축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폐품 수집, 바자, 검소한 재정 운영 등으로 조금씩 돈을 모아 성당건축기금을 마련했다.
본당은 2001년 완공한 새 성당과 함께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옛 성당을 보존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