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 새터민지원센터 새 보금자리 문 열어
교구서 직업 운영 맡아 복지 사각지대 새터민 돕는다
정신철 주교가 5월 13일 인천새터민지원센터 축복식을 주례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새터민)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사목적 관심과 배려가 요청되는 가운데 인천교구 새터민지원센터(센터장 박란경 수녀)가 새롭게 문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축복식은 5월 13일 오전 11시 인천시 남동구 청능대로 593(논현동) 신성프라자 8층 현지에서 교구 총대리 정신철 주교 주례로 열렸다. 오용호 신부(교구 사무처장), 전대희 신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등 사제단과 오혜정 수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사무국장) 등 북한이탈주민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수도자와 신자, 인천지역 새터민 포함 150여 명이 참석했다.
오혜정 수녀는 “인천새터민지원센터는 여러 교구와 수도회 등에서 운영하는 새터민을 위한 시설로는 유일하게 새터민 밀집지역 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라며 “새로운 자리에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 정립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새터민지원센터가 들어선 논현동 신성프라자 8층은 본래 논현동본당이 새 성당을 짓기 전 입주해 있던 공간으로 462㎡(140평) 넓이에 미술치료실 등 여러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방 5개와 어울림실(친교실), 식당, 사무실, 센터장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무실은 여성 북한이탈주민 상담 창구 기능도 겸한다. 인천새터민지원센터는 축복식에 앞서 약 한 달간 내부 리모델링을 거쳤다. 북한 함흥 출신 새터민 오영환(요한·72)씨는 축복식에 참석해 내부 시설을 둘러보고 “국내에 정착하기 힘든 우리 같은 새터민들을 위해 인천교구가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 주셔서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개소한 인천새터민지원센터는 2013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인천 남동구청과 위탁계약을 맺고 남동구청에서 제공한 건물에서 운영비 일부와 프로그램비를 지원받아 운영해 오다가 새로운 장소로 센터를 옮겨 축복식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인천교구 직접 운영 형태로 전환했다. 인천교구는 그리스도 정신에 입각해 사각지대에 있는 새터민들에게도 최대한의 혜택을 주겠다는 의지로 남동구청과 재계약을 맺지 않고 인천새터민지원센터를 직접 운영하게 된 것이다.
전대희 신부는 이와 관련 “남동구청 위탁 운영을 계속하게 될 경우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이 중국에서 낳은 ‘중도입국자녀’들은 우리나라 법상으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교구 직접 운영 방식 아래서는 중도입국자녀들에게도 그리스도 정신에 따라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도입국자녀들은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라 인천새터민지원센터는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전 신부는 “행정기관의 위탁을 받아 새터민 지원 사업을 하다 보면 교회 입장과 부합하지 않는 요구를 받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센터에서 계획한 새터민 관련 프로그램이 구청의 요구에 따라 변경 또는 조정되는 것 등이다.
인천새터민지원센터가 인천교구 소유 공간에 입주하게 되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거점본당’으로 인천교구가 지정한 논현동본당(주임 김진규 신부)과의 협력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3만 명으로 추산되는 전국 새터민 가운데 인천 논현동 일대에만 16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어 새터민 밀집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전 신부는 “인천 논현동을 중심으로 거주하는 새터민은 1600여 명이고 이 가운데 인천지역에 있는 가톨릭 신자는 50명 정도로 복음화율이 낮다”면서 “인천새터민지원센터와 논현동본당이 연계함으로써 우선은 새터민들을 위한 공간을 논현동성당 안에 마련해 새터민들이 성당 안에 모이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들만의 기도 모임이 만들어지면 정기적인 새터민 미사도 개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새터민지원센터는 2007년 이래 10년 동안 새터민들의 안정된 사회정착을 돕기 위해 ▲지역사회를 안내하고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정착 지원사업 ▲기초 학습 지원 프로그램 등 아동·청소년 지원사업 ▲가정방문과 심리상담 등 심리안정 지원사업 ▲남한문화 체험의 기회를 부여하는 사회문화 적응 지원사업 등을 전개해 왔다. 아동·청소년 지원사업의 하나로 매년 ‘보나 장학금’ 2000만 원을 새터민 학생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한글 등 아동 교육.
북한이탈 여성 상담·치유 전담센터 운영.
아동·청소년들에게 ‘보나 장학금’ 지원.
■ 지원센터 축복식 주례한 총대리 정신철 주교
“북한이탈주민도 우리의 이웃 다양성 받아들이며 어울려야”
정신철 주교(인천교구 총대리)는 인천 남동구 논현동 신성프라자 8층에 새롭게 문을 연 인천새터민지원센터에 대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집”이라고 말했다.
정 주교는 남한 사람들이 북한이탈주민(새터민)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배타성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이 같이 할 때 북한이탈주민들은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닌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웃이라는 인식이 시작된다”며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의 눈을 밝히는 빛”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탈주민들을 처음 대할 때는 호기심을 갖고 대하지만 차츰 배척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사회에 점점 늘어가는 북한이탈주민들은 우리와 같은 말과 같은 피부색을 지닌 동포들로서 그들을 배척하는 자세는 한국 사회의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 주교는 인천새터민지원센터 축복식이 열린 5월 13일이 가톨릭교회 전례력 상으로 성령 강림 대축일(5월 15일)을 앞둔 시점임을 상기시키면서 “성령 안에서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도했고 성령은 서로 다른 언어로 복음을 선포하게 하면서도 다양한 교회의 모습을 하나 되게 하는 것도 성령”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 “성령의 은사는 예수님 안에서 하나를 이루는 것”이라고 재차 언급한 뒤 “현대 사회는 다양한 사고와 계층이 존재하고 다양성이 너무나 지나치다 보니 사회적 소통과 통합의 문제가 제기된다”며 “일치와 통합은 우리 안에 성령이 계실 때만 하느님이 해결해 주실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주교는 인천새터민지원센터가 새 자리로 이전하기까지 많은 이들이 보여준 희생과 봉사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고통이 많은 곳에 축복과 은총도 많다는 사실을 알고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사명을 되새기자”고 당부했다.
정 주교는 또한 “오늘 축복식은 끝이 아닌 시작인 만큼 인천새터민지원센터가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더 커지도록 노력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자”고 당부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