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회 주교는 갈라진 마음을 일치시키는 노력이 통일 후 사목의 주된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춘천교구장에 임명되고 함흥교구장 서리를 겸하면서부터 가장 중요한 일은 함흥교구 소속 사제 양성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춘천교구 성소국을 통해 이를 검토하도록 해 현실적인 문제들과 구체적 실천 방안들을 연구해왔고,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실행에 옮기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임했고, 지금도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운회 주교에게 북녘 교회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당연했다. 함흥교구장 서리로서 교구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당연한 소임이자 의무로 여겼다.
함흥교구는 이미 70년대부터 사제 양성에 힘썼지만 2000년대 이후 중단됐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실제적인 사목 현장이 없는 상황에서 지원자를 받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어려움도 고려해 함흥교구는 장기적인 사제양성 방안들을 마련해 십 수 년 만에 다시 신학생들을 모집한다.
김 주교는 70년의 공백기를 가진 함흥교구의 미래 사목을 위해서 사제 양성이 가장 중요함을 거듭 강조하면서, “통일 이후, 혹은 그 이전이라도 본 교구 소속 사제 양성은 최우선의 과제”라고 말했다.
김 주교는 춘천교구와 함흥교구를 형제로 여긴다. 춘천교구 사제를 함흥교구 사무처장으로 임명해 최소한의 교구 관리를 맡겼고, 춘천교구청 안에 함흥교구 사무실을 두고 있다. 매년 교구 예산의 일정액을 함흥교구에 지원해 미래를 대비하도록 했다.
“여러 가지 노력과 의인들의 도움으로 이제 함흥교구 사제 양성을 시작할 정도의, 최소한의 기금은 마련됐습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이제 사제 양성이라는 중대한 과업이 시작됐으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후원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양성된 사제들이 통일을 대비하고 북녘 복음화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김 주교는 통일을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사목 방향을 참된 화해와 이해, 용서에서 찾는다.
“통일은 그저 정치적인 통합이 아닙니다. 가슴 속에 남은 분열의 잔재들을 털어버리고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훈련되고 양성돼야 합니다.”
북한 땅에 성당을 세우고 사제를 파견하는 일은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지만, 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오랫동안 갈라져 적대적으로 살아온 민족이 갈라진 마음과 모습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일이다.
김 주교는 그래서 “상처 입고 무너진 마음을 치유하고 주님의 사랑과 용서를 완성하기 위해 신앙의 힘을 회복하고 자신을 내려놓으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면서 바로 이것이 통일 이후 사목의 주된 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사제를 양성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을 키우고, 관련 자료 수집과 연구 과제들을 수행하는 가운데 미래 사목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김 주교의 생각이다. 또 선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조직과 체계, 그리고 사안별 매뉴얼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주교는 “같은 민족이 사는데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먼 곳, 북한에 교회가 있다”면서 “지금은 숨죽여 있지만 우리의 교회이고 교구이기에 그 교회를 돌보는 것은 우리에게 맡겨진 의무이고 사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