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첫 영성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칠레 성당의 가족들.
어느덧 성모님의 달이자 가정의 달인 5월이 왔습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많은 기념일들이 있죠. 남미에도 5월의 대표적인 날인 ‘어머니의 날’이 있습니다. 물론 아버지의 날도 있지만 어머니의 날에 비해 큰 행사를 하지는 않죠.
칠레뿐 아니라 옆 나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볼리비아 등에서도 어머니의 날 행사는 아주 성대합니다. 칠레는 5월 10일이 공식적인 기념일이지만, 이날이 평일인 경우에는 가까운 주일로 기념일을 옮겨 지낼 정도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5월 8일이 어머니의 날이었습니다.
기념일 전 주간에는 모든 백화점과 시장에서 할인행사를 벌이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어머니를 위한 선물을 고릅니다. 꽃가게도 호황을 맞고, 평소보다 비싸게 꽃을 팝니다. 뿐만 아니라 공동묘지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을 꾸미기도 합니다. 심지어 성당에서도 이날을 맞아 행사를 준비합니다. 만약 이날을 대충 보내면 내년 이날이 오기까지 눈칫밥을 먹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이날을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지 궁금했습니다. 부모님이 아니고 어머니만 그토록 유별나게 챙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그래서 같이 사는 부제에게 “너희는 왜 어머니 날을 아버지 날보다 더 크게 지내?”라고 물었더니 멋쩍은 웃음과 함께 이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칠레를 비롯해 남미 대부분은 오랫동안 남성우월주의가 강했고, 항상 여자들은 자녀들을 돌보고 살림을 맡아왔습니다. 그리고 많은 남성들이 가정을 버렸기 때문에 많은 어머니들이 남편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살았던 것입니다.
칠레는 가톨릭 국가지만 많은 부부가 결혼하지 않은 채 동거를 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또한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젊은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만나서 아이를 갖기도 합니다. 그런데 종종 남자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다른 삶을 찾아가 버리는 것이죠. 결국 그 자녀들은 떠나간 아버지보다 자신들을 지켜주고 함께 해주는 어머니를 더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어머니의 날이 중요한 것은 결국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 가정을 지키고 자녀를 키워낸 어머니의 사랑 때문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네 가정에 많은 위기가 있습니다. 자신들의 삶을 위해서 자녀를 낳지 않거나, 낳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고, 자녀들에게 자신들의 꿈을 강요하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자신의 자녀를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녀들도 부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슬픈 소식들이 우리에게 많이 들려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행복한 가정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사랑과 희생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당신의 모든 삶을 바쳐 예수님을 사랑하셨고 그로 인해 하느님의 어머니로, 우리의 어머니로 사랑과 존경을 받듯이 말입니다.
분명 희생은 힘든 일이지만 그로 인해 얻는 열매는 그 무엇보다 달고 맛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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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