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사상학회 ‘아시아 맥락에서 하느님 이해하기’ 학술심포지엄
한국과 아시아 현실서 요청되는 하느님상 찾아
한국·인도·일본·대만 등
각국 전통 사상 기반한
신관(神觀)의 토착화 논의
모성적 특성 중심으로 한
신학의 새 패러다임 요청
5월 21일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진리관에서 ‘아시아 맥락에서 하느님 이해하기’ 주제로 열린 신학과사상학회 제4차 국제학술심포지엄.
한국 인도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각국의 신학자들이 모여 아시아 전통 안에서의 하느님 이해를 밝히고 현대 사회의 도전 앞에서 인간 본성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지혜를 모으는 자리를 가졌다.
신학과사상학회(학회장 백운철 신부, 이하 학회)는 5월 21일 오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진리관에서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 교황청 국제신학위원) 사회로 ‘아시아 맥락에서 하느님 이해하기’(Understanding God in the Asian Context)를 주제로 제4차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그간 아시아 신학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학회가 지난 2015년 ‘아시아 상황에서의 사제양성’에 이어 아시아 각국 신학자들을 초청해 진행한 이날 심포지엄은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고대 문화와 종교, 그리고 고대 전통들의 계승 안에서 하느님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발전되고 정립되었는지 정리해보는 시간이었다. 풍요로운 종교 전통 속에서도 여전히 가난, 실업, 사회적 불평등, 경제적 양극화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시아 현실에서 하느님 이해를 새롭게 하고 신(神)관의 토착화를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발제에는 빈센트 쿤드쿤람 신부(인도 알웨이 교황청립대학 교수), 사이몬 캄 만 웡 신부(대만 보인대학교 교수), 이치로 미츠노부 신부(일본 상지대학교 신학대학장), 심상태 몬시뇰(수원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장)이 참여했다.
특별히 심 몬시뇰은 2007년에 이어 9년 만에 학회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가, 평생 조직신학 분야에서 활동하며 견지해온 ‘신관 토착화’에 대한 견해를 새롭게 개진했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서울대교구 정순택 주교(서서울지역 교구장대리)를 비롯해서 수도자 신자 등 330여 명이 참석한 심포지엄은 빈센트 쿤드쿤람 신부의 발제로 시작됐다. 쿤드쿤람 신부는 ‘20세기와 21세기의 인도 상황 안에서의 하느님 이해’ 주제로 힌두이즘의 종교학적 접근을 통해 인도의 힌두교 신관을 정리하면서 이러한 관점들이 그리스도교와 만났을 때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이 제시했던 노력들을 소개했다. 또한 쥘 몽샤냉(Jules Monchanin, 1895~1957), 앙리 르 소(Henri Le Saux, 1910~1973) 등 인도교회에 큰 영감을 준 현대 인물들을 소개하는 한편 최근의 하느님 이해에 대한 움직임과 성찰 노력을 밝혔다.
‘사목적 관점에서 본 장춘신 신부의 하느님 이해’를 발제한 사이몬 캄 만 웡 신부는 중국 문화권에서의 하느님을 사목적 비전 측면에서 성찰했다. 장춘신 신부는 대만교회를 대표하는 가톨릭 신학자로서 한국에도 번역 소개된 「하늘과 사람은 하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사이몬 신부는 ‘소공동체’의 중요성을 밝혔던 장 신부의 사목적 비전을 설명하고, 그 비전을 공고히 한 계기가 됐던 1988년 주교회의 복음화 심포지엄 내용에 대한 소개로 중국인들의 하느님 체험을 설명했다.
이치로 미츠노부 신부는 구정모 신부(예수회) 통역으로 진행된 ‘일본의 맥락에서 새로운 하느님 이해’ 발제에서 일본인들의 신앙 개념이라 할 수 있는 ‘가미’(Kami)와 ‘신토’(Shinto)에 대한 설명을 통해 신관의 변화와 종교성 발전을 이야기했다. 특히 미츠노부 신부는 한국과 일본의 그리스도교 수용 과정의 차이점을 밝히면서 “한국에서 그리스도교적인 복음이 전파된 과정에서 민중의 힘이 큰 역할을 했고, 그 중심에는 한(恨) 사상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고통을 승화해 가는 한국인의 영성이 파스카 신비 개념과 합쳐지며 복음화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고 “일본인들은 현상유지와 수동성을 탈피하고 한국의 한 사상을 배우면서 동아시아 평화 조성에 함께 기여할 바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의 대미를 장식한 심상태 몬시뇰은 ‘한국인의 하느님 이해’ 발제를 통해 21세기 시대상황과 보편 교회, 그리고 아시아-한국교회의 위상이라는 맥락 안에서 한국의 하느님상을 제시했다. 여기서 그는 한민족의 역사 안에서 이어지는 하느님 상념의 특성을 제시하는 한편 특히 천도교의 하느님 관념 안에서 현대 한국과 아시아 현실 안에서 요청되는 하느님상의 기본 면모를 찾았다.
심 몬시뇰은 농경 사회 안에서 한민족 하느님 표상의 특징인 지모신(地母神) 신앙이 뿌리 깊게 정착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동아시아인들이 지닌 통합적이고 포용적, 모성적인 특성을 강조했다. 또 “동학의 하느님 사상 안에 깃든 한국인 고유의 전통적 하느님 신앙은 유교 불교 등 제 아시아 종교 신관과 그리스도교 신관의 주요 요소를 수렴했다”면서 “이는 당시 한민족의 위기뿐만 아니라 현 인류가 처한 사회적이고 생태학적 위기까지 극복할 수 있는 깊은 진리를 담고 있다”고 역설했다.
심 몬시뇰은 이러한 맥락에서 내재적 만물 포용적 자비의 상념에 이끌리는 동아시아인들의 특성을 중심에 두고 한국인의 하느님을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부성적 이미지의 가부장제를 강조하는 전통적 교회중심주의의 보편성을 대체할 새로운 신학 패러다임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삼천년기 신학의 진로와 관련, “하느님에 관한 어떠한 신학적 논의도 인류와 모든 피조물들의 구체적 경험과 상황, 특히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모든 지역의 사람들, 심각히 훼손되고 있는 자연 환경에 관해 성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