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오후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에서 ‘청소녀 미혼모,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을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
청소녀 미혼모들이 놓여 있는 각박한 현실에 우리 사회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청소녀들을 위한 도시형 대안학교인 자오나학교(교장 강명옥 수녀)는 5월 18일 오후 서울여자대학교 50주년 기념관 6층에서 ‘청소녀 미혼모,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올해 첫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최혜지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크 콘서트에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한국여성재단 이숙진 상임이사, 강명옥 수녀가 패널로 참여했다. 청소녀 미혼모 이수정(가명)씨도 패널로 나와 아기 엄마이자 학생으로 살아가는 보람과 힘겨움을 진솔한 목소리로 표현했다.
박영미 대표는 부모의 동의 없이 혼인신고와 노동을 할 수 있는 만 18세를 기준으로 청소녀 미혼모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미혼모들의 공통된 요구는 생활비와 주거 지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10대 미혼모들은 당장 기초수급에 의지해 아이 양육과 생계 유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아 검정고시나 취업 준비에 막막해 한다”며 “5년 후나, 10년 후를 내다보고 삶을 설계해야 함에도 현재의 상황을 버텨내기도 힘들어 10대 미혼모들에게는 먹고 살아갈 방도를 제시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녀 미혼모들도 한국사회에서 취업하려면 고등학교는 나와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간호조무사 등 자격증 취득에도 응시자격이 고졸”이라며 “학교를 다니는 중에 임신과 출산으로 휴학한 청소녀 미혼모는 원적학교 복귀를 우선으로 대안학교, 검정고시, 방송통신고 입학 등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 교육기본법에 의거한 미혼모 학생의 학습권 보장 취지에 맞는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20대 초반 미혼모들 가운데 대학 중퇴자들이 많은 상황을 지적하며 “교육수준과 소득의 상관관계가 높아 미혼모 가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학업과 아이 양육을 함께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생 미혼모들이 고등교육법에 규정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고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대학 당국은 출산·육아 휴학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학교 안에 모유수유실과 보육시설을 설치해 아기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듯 아이를 키우며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명옥 수녀는 ‘자캐오가 오른 나무’의 줄임말인 자오나학교의 운영 방식과 철학을 소개하고 “가정 안에서 돌봄과 성장, 교육의 절반 이상이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현대는 사회가 부모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청소녀 미혼모들에게 부모가 되고 선생님과 친구가 돼줘야 한다”고 말했다.
16개월짜리 아들을 키우는 청소녀 미혼모 이수정씨는 ‘어떻게 출산을 결심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생명인 아이를 낳은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라고 답하곤 한다. 그는 “어린 미혼모들도 모두 엄마로서 모성이 있기 때문에 절실히 아이를 책임지고 싶어 한다”며 “아이 양육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분명 힘들지만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숙진 상임이사는 ‘청소녀’라는 용어에 대해 “청소년은 곧 남자 청소년으로 대표되는 남성중심적 인식에 대한 젠더(Gender) 관점의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