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수녀는 여성 수도자들이 성모님의 방식으로 연대해 생명을 돌봐야 함을 강조한다.
“여성 수도자들은 세상을 깨우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 이번 총회의 핵심 메시지이자 다짐입니다. 세상을 깨우되 예수님과 함께, 성모님의 방식으로, 어머니의 마음과 손길로, 연대해서 생명을 어루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명을 위하여 전 세계적으로 연대하기’(Weaving global solidarity for Life)를 주제로 로마에서 열린 세계여자수도회총원장연합회(UISG, The Union of International Superiors General) 총회(5월 9~13일)에 한국 지부 대표로 참석하고 돌아온 김혜윤 수녀(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 총원장). ‘여성 부제’와 관련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질의응답이 세간의 관심사가 됐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도자의 사명과 역할 실천에 대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닷새 동안 ‘지구적 연대’가 필요한 생명의 세 영역을 차례차례 논의했다. 자연, 가난한 이들, 그리고 수도자들의 생명이 그것이다.
가장 먼저 논의된 것은 생태와 환경 문제다. 이미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강조된 창조질서보전을 위한 노력에 수도자들의 더 깊은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로 ‘주변부의 삶’과 생명을 살리는 일, 즉 인신매매 퇴치, 시리아 난민과 남수단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연대가 특별히 지적됐다.
세 번째는 여자 수도자들 스스로의 생명과 신원에 대한 고민이었다. 성소가 감소하고 고령화 되어가는 여자 수도자들이 오늘날의 세계에서 참된 봉헌자들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장벽을 넘어서, 다름 속에서 하나의 풍요한 카리스마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생명을 위한 연대는 곧 ‘천 짜기’(weaving)로 비유됩니다. 씨줄과 날줄로 천을 짜는 것처럼,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 주변부 삶에 대한 연민, 수도자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추구하면서 모든 여자 수도자들이 함께 ‘연대의 천 짜기’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 수녀는 특히 이러한 연대는 ‘성모님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신비와 예언, 즉 관상과 활동이 동반함으로써 신비 없는 활동의 공허함을 극복해야 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세상은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모두가 공감했다고 김 수녀는 전했다.
“공장의 논리보다는 생명의 논리, 기계보다는 손으로, 기술보다는 마음의 논리로 세상을 깨워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와 물질주의, 상품화에 저항해서, 옷 입을 사람을 생각하고 따뜻한 손과 미소로 연대의 천을 짜야 합니다.”
UISG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후 바오로 6세 교황이 여성 수도자들이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연합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1965년 12월 창설됐다. 이후 3년마다 총회를 열고 있다. 이번 총회는 이전과 달리, 매일 정해진 주제를 그룹별로 심층토의함으로써 보다 내실 있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수녀는 특히 “1시간30분 동안 이뤄진 교황과의 질의 응답은 파격적이었다”면서 “교황은 분명히 여성 부제를 연구하는 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고 대답했지만, 어감상으로는 유보적인 태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여성 부제에 대한 언론 보도 이후, 섣부른 논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번 총회에 한국에서는 14명의 수도자들이 참석했다. UISG 한국지부는 대표와 부대표 각 1명씩과 상임위원 3명 등 모두 5명의 장상 수녀로 이뤄진다. 현재 21개 여자수도회가 한국지부에 가입돼 있다. 한편, 9월에는 한국에서 한일 장상연합회 총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