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혜씨는 희망나눔공연을 통해 큰 규모의 공연보다 오히려 마음 안에서 더 큰 풍요로움이 채워지는 것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EA&C 제공
‘고(古) 음악계의 디바’로 불리는 소프라노 임선혜(아녜스)씨에 대해 평론가들은 ‘깨끗하고 정확한 미성, 꾀꼬리 같은 가창력’을 특징으로 꼽는다.
지난 4월 서울, 대구, 부산, 울산 등지에서 열렸던 독일 예술가곡여행 ‘봄의 찬가’ 공연은 그동안의 이미지에 더해 ‘기존에 만나지 못했던 임선혜를 발견한 자리’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현존하는 최고의 가곡 반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헬무트 도이치가 함께했던 연주는 임씨의 재주와 낭만성을 마음껏 만날 수 있었던 무대였다. 서울 공연은 이미 한 달 전에 표가 매진될 만큼 성황이었다.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는 임씨는 이 공연 후 곧장 독일로 건너갔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해여서 음악가들 간의 교류 기회가 많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5월에는 프랑스 콜마르에서 바흐 칸타타와 독일 가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고(古)음악’은 14~18세기 르네상스 바로크시대 서양음악을 그 시대 악기와 주법, 창법으로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그가 ‘유럽 바로크 음악의 정상에 선 유일한 동양인’ 타이틀까지 얻게 된 것은 1999년 고음악계 거장 벨기에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에게 발탁된 것이 계기라 할 수 있다. 이후 파비오 비온디, 레네 야콥스 등 거장들과 인연을 가지며 고음악계의 대표 소프라노로 입지를 굳혔다.
임씨는 “고음악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발휘할 수 있는 음악”이라면서 “바로크시대 곡들은 가사 전달이 매우 중요한데, 시적이고 은유 가득한 가사가 많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 임선혜씨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내용이 있다. 매년 희망나눔콘서트를 진행한다는 부분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 콘서트는 2012년까지 명동성당에서 열리다 2013년부터 소외된 곳을 찾아가는 연주회로 진행되고 있다. 한 공연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여건상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 한 번 더 무대를 여는 방식이다. 1+1 음악회인 셈이다.
그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수원교구 판교 성프란치스코성당 입당 음악회, 사회복지시설 둘 다섯 해누리 가족캠프 음악회, 안산지역 청소년 위로음악회 등이 마련됐다.
“클래식 공연 문화를 좀 더 친근하게 많은 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 삶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는데, 음악을 통해 새로운 활력과 여유로움을 선사하고픈 마음이 있습니다.”
“이런 나눔 공연을 할 때면 큰 규모의 중요한 무대에 섰을 때보다 무언가 마음 안에 더 큰 풍요로움이 채워지는 것을 느낀다”는 그는 “그래서 초심을 생각하게 되고, 겸손하게 탈렌트를 써야겠다는 각오를 다잡게 된다”고 말했다. 이 음악회는 계속 진행 중이다. 마음을 함께할 이들의 관심과 요청을 기다린다고 했다.
그에게 음악이란 ‘임선혜를 표현하는 도구’다. “인생을 가치 있게, 아름답게 사는 도구로 받은 탈렌트를 소홀하지 않도록 잘 가꾸면서, 삶을 담아내는 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