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교육위원회(위원장 정신철 주교)는 5월 25일 오후 청주 양업고등학교에서 ‘학교 안에 자비의 문화를 세웁시다!’를 주제로 2016년 교육주간 정기세미나를 열고 교육 현장 안에 자비의 문화를 세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마태 5,7)를 주제 성구로 삼은 이번 교육주간 세미나에서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 총장)가 주제 강연 ‘자비, 그리스도교 신앙의 요약’을 맡았다. 주제 강연 뒤에는 사례 발표1(살레시오여고 교장 류경희 수녀, 소명여중 교장 이연희 수녀), 사례 발표2(양업고 교목 이제현 신부, 효성여고 김명희 교사), 사례 발표3(가톨릭대 김동희 신학생, 매괴고 신재은·조수한 학생)이 이어졌다.
곽 신부는 “우리 사회의 문화현실은 ‘자기애적 사랑의 신격화’ 경향과 ‘파편화된 활동’ 유형으로 변화됐다고 진단할 수 있다”며 “이러한 사회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의 요약인 자비가 대안이라는 사실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앙생활의 실재인 자비의 문화를 우리의 현실 안에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의 자비와 그리스도가 보내는 사랑의 시선을 만나야 하고 결국 성령에 이끌릴 때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를 통해서 학교 안에서도 드러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곽 신부는 교육 현장에서 자비의 문화를 실제적으로 세우기 위해서는 자비를 이해하는 것과 함께 인간에 대한 깊은 신학적, 교육적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곧 “사람은 몸(body)과 마음(heart), 혼(soul)과 영(spirit)으로 창조된 존재로서 몸(자각)으로 느끼고 머리(정신) 곧 지성으로 인식한 의식개념이 마음(자유)에 다가와 결국 영(사랑)에 이끌려 자비가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해의 연구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은 물론 신학자, 사목자, 교육자와 학생까지 상호 협력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곽 신부는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지난 50년 동안 달려온 한국사회는 자비와는 멀어졌다고 진단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 있는 생명의 가치보다 돈이면 모든 것이 가능한 사회가 돼버렸다”면서 “오늘날 무자비한 세상에 가장 아쉬운 것이 바로 자비”라고 강조했다. “자비 없는 자본주의 제도, 약한 자에 대한 배려 없는 소유와 배척의 경제를 경계하라”고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도 전했다.
곽 신부는 “우리 시대는 개인주의, 개별주체의 문제가 하느님에 비해 훨씬 중요한 것이 됐고 성공과 출세,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경쟁, 물질적 추구를 우선시 한다”며 “자비를 입은 사람이 자비를 베풀 수 있고 그래야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살레시오여고 류경희 수녀는 첫 번째 사례발표에서 “살레시오여고의 교육활동은 어느 한 기간 동안의 이벤트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하느님의 자비 실천을 위한 것이고 자비의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류 수녀가 소개한 살레시오여고의 두드러진 특징은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장 개별 면담 ▲한 학기 2회 정도의 담임교사 개별 면담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 대한 수시 면담과 상담 등이다.
류 수녀는 “다양한 면담과 상담을 위해 담임 교사들뿐만 아니라 전문 상담교사와 진로 진학 상담교사, 끊임없이 학생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살레시오회 수녀들이 있다”며 “이 모든 것들이 학생들에게는 기쁨 발산은 물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밝혔다.
양업고 교목 이제현 신부는 하느님 자비를 교육 영역에서 구현해 온 양업고의 체험 사례를 발표하며 “양업고의 자비 실천 노력이 결과 지향적이었다면 학교의 변화는 단기간에 그쳤을 것이지만 미래를 바라보고 교육에 임한 학교 덕분에 지금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