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거행된 제3대 원주교구장 착좌식에서 전임 교구장 김지석 주교(오른쪽)가 신임 조규만 주교에게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을 상징하는 목장을 전달하고 있다.
따뜻하고 소박했다. 5월 25일 원주 원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된 원주교구 제3대 교구장 조규만 주교 착좌식은 일사불란한 가운데서도 정이 넘치고 화기애애했다. 교구가 지향하는 ‘화합 가운데 가족 분위기를 띤 교구 모습’ 그대로였다. 새로운 교구장을 맞는 교구민들의 기쁨과 환호가 가득했던 착좌식 풍경들을 모아본다.
■ 화목하고 질서정연한 풍경
◎… 착좌식이 열리는 원동성당에는 오후 2시에 거행되는 착좌식 미사 일정에도 아랑곳없이 이른 아침부터 신자들 발길이 이어졌다. 원주 시내에서는 물론 차량으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정선군에서도 신자들이 참석, 교구의 경사를 마음 모아 축하했다. 수원교구 등 타 교구에서 온 축하객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 착좌식에는 신자 1500여 명이 함께했다. 착좌식 미사 시작 전 신임 교구장 조규만 주교가 원동주교좌성당에 들어오자 신자들은 조 주교를 둘러싸고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악수를 청하기에 바빴다. 곧이어 전임 교구장 김지석 주교가 성당에 나타나자 손을 잡고 “주교님, 고생하셨어요”라며 아쉬움의 인사를 건넸다.
착좌식 참석자 가운데 1000명 이상이 성당 외부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400명 넘는 신자들은 앉을 자리가 없음에도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차분한 마음으로 착좌식을 지켜보며 경건하고 질서정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따가운 햇볕 아래 서 있다 발생할지 모를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원주교구 가톨릭간호사회 회원들이 의료봉사팀을 꾸려 부스를 설치했지만 다행히도 의료 사고는 생기지 않았다.
◎… 조규만 주교의 가족 친지들을 비롯해서 ‘친정’인 서울대교구에서도 많은 지인들이 참석했다. 교구 사제단을 비롯해서 재단이사장을 맡았던 바보의나눔,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경제인회 등 제 단체 관계자들이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도 조 주교의 초등학교 동창과 소신학교 동창들, 보좌신부 시절을 보낸 서울 연희동본당 신자 등이 참가, 축하 인사를 보냈다.
◎… 이날 참석 신자들에게는 기념묵주, 소형 신약성경, 생수, 콩떡이 담긴 선물 꾸러미가 나눠졌다. 특별히 신약성경 증정은 조규만 주교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구 관계자는 “평소 말씀과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 성경 선물은 말씀의 생활화에 대한 주교님의 뜻이 반영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 착좌식을 빛낸 별들
◎… 이날 착좌식에는 ‘별’들이 자리를 빛냈다. 원주에 위치한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 사령관 김영식(시몬) 대장은 행사가 시작되기 1시간 전 일찌감치 원동주교좌성당을 찾았다. 조규만 주교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김영식 대장은 “조 주교님의 사목표어 ‘하느님께 영광, 사람들에게 평화’(Gloria Deo, Pax hominibus) 그대로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고 사람들에게는 평화를 주는 사목을 해주시기 바라고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조 주교도 교구장 착좌식 미사 답사에서 착좌식에 참석한 김 대장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김영식 대장님이 착좌식 전에 저를 1군사령관 관사에 초대해 1군사령부 장성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고 밝혔다. 김 대장은 매일 새벽 1군사령부 통일대성당을 찾아 기도와 묵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할 만큼 독실한 신앙인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원주 제36보병사단 사단장 구원근(다니엘) 소장도 착좌식에 참석했다. 김 소장은 “원주교구 여러 본당들이 36사단 장병들에게 많은 지원을 했고 전임 교구장 김지석 주교님도 36사단 군복음화에 관심이 많으셨다”며 “조 주교님께서도 원주지역 군복음화에 기여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김 대장과 구 소장 외에도 10여 명의 영관급과 위관급 장교, 부사관 신자들이 착좌식에 함께했다.
■ 두 달 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
◎… 깔끔한 진행과 질서정연함으로 인상을 남겼던 착좌식은 교구 사제단과 평신도들이 약 두 달에 걸쳐 한마음으로 준비에 임한 결과. 지난 3월 31일 제3대 원주교구장 임명 소식을 접하자마자 4월 1일 곧바로 임시 사제총회를 열고 착좌식 준비에 들어간 원주교구는 4월 5일 착좌식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기획홍보, 행사, 시설, 전례 등 4개 분과로 나눠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사제위원회와 함께 평신도사도직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평신도위원회가 별도로 조직돼 주 1회 이상 회의를 통해 제반 사항을 준비해 왔다.
◎… 위원회가 가장 고심한 부분은 협소한 장소였다. 원동주교좌성당은 풍수원과 부엉골에 이어 1896년 8월 17일 강원도의 세 번째 본당으로 탄생한 유서 깊은 장소이나 성당 내부 참석 인원 규모가 430여 명에 지나지 않아 걱정이 앞섰다. 배론성지 등이 차선책으로 제안되기도 했으나, 원동성당으로 최종 의견이 모아졌다. 무엇보다 “주교좌가 있는 곳에서 작더라도 소박하게 시작하자” 는 조규만 주교의 뜻이 컸다.
■ 노약자와 장애인 배려
◎… 착좌식이 열린 원동주교좌성당은 협소한 내부 공간에도 불구하고 새 교구장의 첫걸음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많은 신자들이 성당 외부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착좌식 미사에 함께했다.
원주교구는 성당 마당에 500여 좌석을 준비하고 특히 몸이 불편한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해 각각 50석씩을 별도로 배치했다. 전날 비가 오던 궂은 날씨와 달리 착좌식 당일은 화창한 날씨.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와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 시간을 고려해 노약자석과 장애인석에 햇빛을 가릴 수 있도록 천막을 세웠다.
원주교구의 배려에 부응하듯 노약자석과 장애인석은 착좌식 시작 2시간 전인 낮 12시 무렵 벌써 가득 찼다. 이혜숙(헬레나·63·원주 원동본당)씨는 “늦게 오면 자리가 없을 것 같아 미리 왔다”며 “조 주교님이 교구장님으로서 갖고 있는 목표를 꼭 이루시고 낮은 자를 섬기는 목자의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교구 사제단과 일일이 포옹
◎… 이날 착좌 예식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새 교구장 조규만 주교와 교구 사제단의 평화의 인사였다. 조 주교는 제대 앞으로 나와 예식에 참례한 90여 명의 교구 사제단과 일일이 포옹으로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사제단 규모가 큰 교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 서품 2년차 한 사제는 “새 교구장님과 따뜻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그렇게 평화의 인사로 만들어진 친교가 앞으로도 교구장님과 사제단 사이에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 희망찬 기대 모인 환영인사
◎… 착좌식 미사 후 이어진 축하식은 교회 내외빈의 축하메시지와 환영사 등으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축하 인사에 앞서 전임 교구장 김지석 주교는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에게 고별인사를 전했다. 김 주교는 “50여 년 전 작고 열악한 교구로 출발했던 원주교구가 지학순 주교님이 놓으신 기초를 발판으로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교구민들의 가족적 유대감 때문이었다”면서 “‘항상 기뻐하라’는 마음을 지니고 살려 노력했는데 이제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소임을 내려놓는다”며 “특히 사제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 축하식에서는 정겨운 웃음과 환호의 박수가 이어졌다. 경건했던 착좌식 미사의 ‘반전’이었다. 사제단 대표로 환영사에 나선 한상용 신부(원주 무실동본당 주임)는 부활 찬송(Exsultet)을 인용, “용약하라 원주교구 백성들 모두, 환호하라 새 교구장 착좌! 외쳐라 우렁찬 함성소리. 찬미하라 구원의 섭리! 하느님께 영광 사람들에게 평화”로 운을 떼는 위트를 보였다. 한 신부는 “‘하느님께 영광, 사람들에게 평화’라는 주교님의 간절한 기도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닿아 원주교구민 모두가 하느님 영광을 위해 힘쓰고 찬미 시편을 노래하는 천상 예루살렘을 꿈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 교구 평신도를 대표해 환영 인사를 맡은 원주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신동주(야고보) 회장은 “농촌·어촌·탄광촌이 모인 원주교구는 가진 것 나누는 착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살고 있다”면서 “이렇게 아름답고 착한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앞으로 나갈 길을 가르쳐주고 이끌어 주시길 청한다”고 말했다.
◎… 축하식 중 가장 많은 박수를 모았던 시간은 교구 신학생들의 축가 시간이었다. 교구 전체 25명 신학생 중 군 입대 등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이들을 제외한 21명 전원이 참여했다. 생활성가 ‘참 아름다운 그대’를 노래한 신학생들은 곡 중반 이후부터 깜찍한 율동을 선보이며 새 교구장 착좌를 축하했다. 노래 말미에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애정을 표시한 신학생들에게 조 주교 역시 하트로 화답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같은 신학생들의 축가는 평소 신학생 양성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조규만 주교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 “평화를 위한 부름에 동참해주길”
◎… 조규만 주교는 답사를 통해 “10년 전 주교가 되면서 정했던 사목표어 ‘하느님께 영광, 사람들에게 평화’는 지금도 여전히 추구해야 할 소명”이라고 했다. 이어 “성모님 도우심으로 예수님이 추구하셨던 하느님 영광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착한 사람들에게 평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이 부름에 함께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제단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먼저 순명 서약에 대해 감사를 표한 조 주교는 “사제피정, 사제연수, 사제모임, 본당 사제 상주의무, 교구 납부금 등을 먼저 실천해 달라”고 했다. 무엇보다 사제로서의 ‘기본’ 사항 준수를 환기시키는 것이었다.
■ 사제단, 환영의 마음 표현
◎… 착좌식 후 원주교구청 마리아홀에서는 참석 주교단과 교구 사제단, 내·외빈이 함께한 축하연이 마련됐다. 교구 총대리 박순신 신부는 건배사를 통해 조규만 주교에 대한 환영의 마음을 표하면서 “112명의 사제들과 7만5000명의 신자들이 새 교구장님이 인도하실 양의 무리”라고 말하고 “함께 걷는 순례의 길을 잘 인도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많이 부족하여 제대로 보필해 드리지 못해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말로 전임 교구장 김지석 주교에게 인사를 전했다.
◎… 축하연에서는 김지석 주교와 조규만 주교가 함께 사제단과 대화를 나누는 정겨운 모습도 보였다.
조 주교와 신학교 동기인 조규정 신부(삼척 성내동본당 주임)는 “함께 공부하던 시절에 이어 거의 30여 년만에 같은 교구에서 만나게 돼 기쁘다”면서 “깊은 경륜과 탁월한 식견을 지니고 계시기에 든든하고, 교구에 큰 활력을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우식 신부(복음화사목국장)는 “조 주교님의 사목표어가 예수님이 세상에 오실 때의 장면을 이야기한다는 면에서, 그 자체가 작은 고을 원주로 오시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말하고 “주교님과 함께 예수님 뜻을 잘 따르면서 기쁨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힘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처음과 끝 지킨 봉사자들
◎… 이날 행사에서도 숨은 공로자들이 적지 않았다. 매리지 엔카운터(ME) 원주협의회,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운전기사사도회, 가톨릭간호사회, 여성연합회, 가톨릭사진가회 등에 소속된 평신도 봉사자들은 착좌식에 가장 먼저 나와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봉사했다.
원동주교좌성당 입구에서 차량 안내 봉사를 맡은 운전기사사도회 오병훈(베드로·64)씨는 “운전을 천직으로 여기면서 교구 행사가 있을 때마다 봉사자로 참여했다”며 “원주교구 운전기사사도회 25주년과 함께 새 교구장님을 맞이하게 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내외빈 안내를 담당한 여성연합회 장성희(아녜스·원주 명륜동본당)씨는 “착좌식 2주 전부터 봉사자 회의를 시작해 5월 21일 예행연습을 했고 오늘은 오전 10시 전에 나와 미리 점검했다”며 “새 교구장님이 젊은 주교님이어서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가톨릭사진가회 이규오(야고보·73·원주 무실동본당)씨는 분주히 착좌식 외부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감개무량하고 기쁘면서도 김지석 주교님을 떠나 보낸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원주교구장 착좌에 관한 교령을 신자들에게 들어 보이고 있다.
교구 신학생들이 노래 선물과 함께 하트를 만들어 새 교구장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자 조규만 주교가 하트로 화답하고 있다.
신임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가 주교좌에 착좌하고 있다.
5월 25일 원주교구장 착좌 미사에서 조규만 주교를 비롯한 한국 주교단이 장엄강복을 하고 있다.
착좌식 참석을 위해 전임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오른쪽)와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가 입장하고 있다.
원주에 위치한 육군 제1야전사령부 사령관 김영식 대장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조규만 주교.
조규만 주교 착좌식에 참석한 신자들이 웃음을 짓고 있다.
조규만 주교가 축하연에서 교구 사제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착좌식에 모인 1500여 명 신자 중 1000여 명은 외부에서 미사를 봉헌했지만, 시종일관 경건하고 질서정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이주연 기자, 박지순 기자, 강영우 명예기자, 사진 박지순 기자, 사진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