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던 선교사의 삶을 살 수 있게 돼 걱정보다도 기쁨이 큽니다.”
이상권 신부는 5월 27일 교구청에서 봉헌된 선교사제 파견미사를 마치고 6월 15일 아프리카 남수단 룸벡교구 아강그리알본당으로 떠난다. 이 신부는 “막연하게 관심을 가졌던 선교사의 길이 이뤄졌다”면서 신자들에게 “기도와 관심”을 부탁했다.
이 신부가 해외선교사제로서의 꿈을 키워온 것은 신학생 때부터다. 해외선교에 관심 있는 신학생들의 모임에 참석하던 그는 2010년 부제실습을 대신해 남수단에서 2개월 간 선교 실습을 했다. 환경도, 문화도, 음식도 어느 한 가지 열악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열악한 환경이 선교를 향한 마음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줬다.
“본당을 새로 설립하면 성당을 신축하고 지역에 자리를 잡아 나가잖아요. 그러고 나면 신앙생활을 활성화시키는데 집중하게 되지요. 저도 그런 일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신부는 교구 남수단 선교사제로서는 파견 3기에 해당한다. 교구는 2008년 김태호·이승준·한만삼 신부를 남수단 첫 선교사제로 보냈다. 두 번째로 2011년 표창연·정지용 신부를, 2012년 이상협 신부를 파견해 지금까지 사목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파견된 사제들은 남수단 현지인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생활기반을 다져왔다. 특히 성당이 없는 쉐벳 지역에서 2년에 걸쳐 성당과 사제관 등을 완공한 상태다.
이 신부는 “그동안 선배 신부님들이 터전을 잘 닦아 놓으셔서 생활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면서도 “이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할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신부의 파견으로 남수단 선교지에는 아강그리알과 쉐벳에 각각 2명의 선교사제가 활동하게 됐다. 이 신부는 아강그리알본당에서 이상협 신부를 도와 선교를 펼칠 예정이다.
특히 이 신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교육’이다. 이 신부는 “현재 남수단에서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역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 조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하고 열악한 남수단의 환경 속에서 현지인들이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교육이라고 여긴다. 이미 교구의 남수단 선교지에서도 이런 중요성을 느끼고 지역의 교육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신부는 “현지에서는 책이 아주 귀하다”면서 “도서관을 만들면 지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는 앞으로 선교지에서 일하게 되겠지만, 선교지에 있는 사람만이 선교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뒤에서 후원하고 기도하시는 분이 모두 선교사지요. 기도가 없으면 선교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 신부는 해외선교지로 떠나지만 불안이나 근심이 없다. 교구에서 기도하고 후원하는 신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소화 데레사 성녀가 선교의 수호자가 된 것은 성녀가 직접 선교하려 다녔기 때문이 아니라 선교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셨기 때문”이라면서 “기도로 선교하시는 분들, 또 현지에 찾아오는 봉사자 분들이 계시기에 편한 마음으로 선교에 임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 신부는 “지금까지 해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기도와 후원을 해달라”고 부탁의 말을 남겼다.
■ 교구 해외선교 현황은…
남수단 잠비아 페루 칠레 교회에 사제 파견
교구는 2008년 남수단 룸벡교구와 피데이 도눔 협약을 맺은 이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 선교사제를 파견, 활발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피데이 도눔’(Fidei Donum·믿음의 선물)은 비오 12세 교황 회칙의 제목으로, 이 회칙의 내용에 따라 교구의 사제를 사제가 부족한 다른 교구에 파견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교구가 처음으로 피데이 도눔을 체결한 남수단 룸벡교구에서는 현재 표창연·정지용·이상협 신부가 활동하고 있다. 이번 이상권 신부의 파견으로 총 4명의 신부가 아강그리알본당과 쉐벳본당에서 사목하게 된다.
선교지에서는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지원하고, 의료봉사자를 중심으로 무료진료소를 운영할 뿐 아니라 본당에 소속된 교구립 초등학교도 지원하고 있다.
2013년 2월에는 잠비아 솔웨지교구와 피데이 도눔을 맺었다. 잠비아에서는 2009년 은퇴 후 선교활동을 펼친 한상호 신부의 노력으로 마냐마 지역에 성당이 세워졌다. 현재 이 성당을 중심으로 김종용·서동조 신부가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아메리카 나라들에도 선교사제들을 파견했다. 2014년 4월에는 페루 시쿠아니대목구와 피데이 도눔을 체결하고 이용규·주현하 신부를 파견했다. 시쿠아니대목구는 인구의 86%가 신자지만 사제 수가 극도로 적은 지역이다. 선교사제들은 고지에 있는 공소를 찾아다니면서 현지 신자들을 사목하고 있다.
같은 해 6월에는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에도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칠레의 경우 피데이 도눔이 아닌, 성골롬반외방선교회와 연계해 백윤현·문석훈 신부를 보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를 통한 선교를 3년 간 진행한 이후에는 정식으로 칠레 교회와 피데이 도눔을 맺을 예정이다.
중국은 교구가 가장 오랜 기간 선교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온 지역이다. 직접 선교가 불가능한 중국과는 피데이 도눔을 맺지 못했지만, 1994년 7월 지린(吉林)교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도움을 주고 있다.
또 랴오닝성 선양에서 김진우 신부, 다롄에서 유재걸 신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이승희 신부, 지린성 창춘에서 윤민열 신부가 현지 한인공동체를 사목하면서 간접적으로 중국 복음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