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 결과, 완전한 자유란 하느님 안에서 얻어지는 것이라 결론 짓게 되더군요. 완전한 존재인 하느님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위해 꾸준히 하느님을 향해 가야하는 것이죠.”
6월 14~19일 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8년 만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김도율 신부(대구 불로본당 주임)는 ‘완전한 자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제품을 받은 무렵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주제 ‘자유’만을 그려왔음에도 김 신부의 고민과 묵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김 신부의 작품에 등장하는 자유롭게 허공을 나는 새의 형상들. 자유의 참 의미를 묵상하며 이 형상들을 꾸준히 그려온 덕분에, 이 형상들은 이제 김 신부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
이번 전시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김 신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이 형상들에서 ‘변화’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 새의 형상에 가까웠던 이미지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다. 15년 간 대구가톨릭미술가회를 이끌어 온 김 신부이기에 단체전을 통해 작품들을 만날 기회는 있었지만 한 번에 모으니 그 변화의 폭이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일어나 비추어라’. 송판 위에 혼합재료.
김 신부는 변화의 이유를 ‘강렬한 영감’ 덕분이라 설명했다. 2014년 교황 방한 당시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시복미사’에서 느낀 소회들을 표현하려 노력했고, 2년 여의 시간 동안 그려낸 작품들에 고민과 묵상들을 오롯이 담았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유의 몸이시다’라는 주제를 그리는 것은 저만의 신앙 고백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유라는 추상적 주제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사목과 작품활동을 병행하다보니 많이 지쳐버렸지요. 창작 에너지가 많이 줄어들었을 무렵 시복미사가 있었고, 미사에서 제가 본 강렬한 장면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전시작품들에 등장하는 두 팔을 벌리고 허공을 나는 다양한 자세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생각은 자연스레 우리들 삶에 관한 것으로 옮겨 간다. 수많은 규율과 경쟁, 주변 사람들의 시선까지…, 이 모든 것을 잊고 자유와 편안함을 느끼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완전한 자유를 묵상하다보면 자연스레 이승의 한계에 직면하게 되고, 그것을 넘어서려 노력하다가 신앙에서 답을 발견하게 된다”는 김 신부의 설명에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진다.
달라진 전시 주제도 눈길을 끈다. 2000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의 첫 개인전과 2008년 국내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 모두 ‘자유로운 영혼’을 주제로 진행됐으나, 이번 전시는 ‘“일어나 비추어라”(이사 60,1) 주제에 의한 즐거운 飛上(비상)’으로 구체화됐다.
“자유를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과 부활의 기쁨 등을 담은 작품들입니다. 삶에 지친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고 작품들 안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 신부의 최근작 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수익금 전액은 올해 설립 25주년을 맞는 불로본당의 리모델링 비용으로 사용된다.
※문의 053-981-2035 대구 불로본당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