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산 주교 장례미사 특집] 이모저모
교구민 4000명 참례해 작별인사… 장지 향해 관 옮겨지자 오열
이른 오전부터 신자들 모여들어
사제단은 성당 마당에서 봉헌
유가족 등 500명 장지 함께해
정·관계 인사들도 다수 참석
타 종교 애도메시지 이어져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 장례위원장 정신철 주교를 비롯한 한국 주교단이 6월 2일 최 주교의 장례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41년간 걸어 온 사제로서의 삶을 뒤로하고 지난 5월 30일 홀연히 하느님 품에 안긴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 장례식은 평소 고인이 못다 이룬 소망을 남은 이들이 작게나마 이루는 자리였다.
◎… 장례미사가 엄수된 6월 2일 인천 답동주교좌성당은 미사 시간인 오전 10시30분보다 훨씬 이른 오전 9시 전부터 가슴에 ‘근조’(謹弔) 리본을 단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제단 좌석은 성당 밖 마당에 마련됐다. 인천교구는 사제단이 성당 마당에서 대형 스크린을 보며 미사를 공동집전 하고 대신에 평신도들이 성당 안에서 장례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최 주교는 생전에 교구 중요 행사를 치르던 답동주교좌성당이 600석 정도로 좁고 냉난방이 잘 되지 않아 평신도들이 미사를 드리며 겪는 불편함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주교좌성당을 더 크게 지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히곤 했다. 비록 장례미사 참례자 4000여 명 중 성당 밖에서 자리를 찾아야 하는 평신도들이 많았지만 사제단이 성당 좌석을 평신도들에게 양보한 모습에 최 주교도 흐뭇해 했을 듯하다.
◎…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가 주례한 고별예식에 이어 최 주교의 관이 성당 밖으로 옮겨져 운구차에 모셔지자 유가족과 신자들 사이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운구차가 성당을 빠져나가 장지를 향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신자들은 그제서야 최 주교와의 이별을 실감하는 듯 보였다.
장봉훈 주교(청주교구장),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 박정일 주교(전 마산교구장)와 사제단, 유가족과 평신도 500여 명은 인천 당하동 하늘의 문 묘원 성직자묘역까지 동행해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최 주교의 곁에 함께했다. 최 주교의 관 위에 흙을 뿌리는 ‘헌토’를 하던 유가족과 사제단, 평신도들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최 주교의 장조카 최영호(베드로)씨가 최 주교 영정을 옮기자 유가족들은 손으로 영정 속 사진을 쓰다듬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돌아가셨어요”라며 다시 울음을 터뜨려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고별예식 후 성당 밖으로 옮겨지는 최 주교의 관을 보며 신자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 하늘의 문 묘원 성직자묘역에서 최 주교의 관을 하관하고 있다.
◎… 최 주교는 14년간 인천교구장으로서 교구민 모두를 아끼고 사랑했지만 역시 가족, 동기 신부를 비롯한 사제단, 교구 단체 임원 등 최 주교와 가까이에서 함께했던 이들의 슬픔과 아픔은 유난히 컸다.
최 주교와 1975년 12월 6일 같은 날 사제품을 받은 박복남 신부(인천교구 원로사목자)는 최 주교의 임종을 지킨 것은 물론 장례기간 내내 빈소를 지켰다. 장례미사가 봉헌된 답동성당에서 2일 오전 9시부터 연도를 바친 박 신부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져 말로 못할 슬픔이 느껴지면서 가슴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주교의 막내 여동생 최영애(아가타)씨는 “가족으로서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참으로 귀한 시간들이었고 같은 핏줄로 태어난 저는 행운아였다”며 “오빠, 우리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요. 잘 가요. 오빠 사랑해요”라는 말로 애끓는 혈육의 정을 표현했다.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곽하형(야고보) 회장도 “갑자기 선종하셔서 꿈 같게만 다가올 뿐 현실이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 주교의 장례절차에서 입관과 출관, 하관까지 모든 절차에 참여한 교구 평협 정기회(요셉) 전 회장은 장지 예절까지 마치고 주변 신자들이 “고생 많으셨다”고 하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정신철 주교가 장지예절을 마무리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2002~2007년 5년간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위원을 지내며 종교간 화합과 일치를 위해 일했던 최 주교에게 불교와 개신교, 원불교에서도 추모 메시지를 보내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천주교의 종교간 대화 기틀을 세우시고 종교간 화합과 상생을 위해 힘써 오신 최기산 주교님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말했다. 원불교 교정원장 한은숙 교무 역시 최 주교의 영전에 애도를 드러내고 “최기산 주교님의 갑작스런 선종은 가톨릭신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안겨 줬다”고 밝혔다.
최 주교의 장례미사에는 그의 폭넓은 대외활동과 인적 교류를 보여주듯 문재인(티모테오)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정복 인천시장, 송영길(대건 안드레아) 국회의원(인천 계양구을),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등 중앙과 인천지역 정관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박지순 기자, 사진 서상덕 기자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