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여성 문화, 평등과 차이」 펴내
교회와 사회 안에서 여성의 주체적 역할 모색
작년 2월 교황청 문화평의회 총회 발표 내용 한데 모아
외모중심주의·여성 몸의 상품화 등 실태 파악·대안 제시
지난해 2월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여성 문화, 평등과 차이’를 주제로 교황청 문화평의회 총회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오늘날 여성들이 남성의 힘이 매우 거대한 세상 속에서 불평등한 조건을 이겨내고자 하는 현실과 평등을 향한 간절한 바람”을 환기하고 관련 내용들을 진지하게 다룬 바 있다.
특히 회의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과 차이’, ‘생육성(生育性)’, ‘문화와 생물학 사이의 여성의 몸’, ‘여성과 종교, 도피인가 아니면 교회 생활에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인가?’에 관한 발표와 토론들이 이어져 관심을 모았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당시 총회 참석자들에게 보낸 담화를 통해 “여성들이 사회와 교회의 여러 분야에서 객체가 아니라 완전한 참여자 곧 주체임을 느낄 수 있도록, 이 주제들을 연구하는 새로운 기준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여성의 존재가 공동체 안에서 더욱 확산되고, 그로 인해 여성들이 사목적 책임감에 동참하고 사람들과 가정, 단체의 일에 많이 관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황청 문화평의회(Pontifical Council for Culture) 위원으로 이 총회에 직접 참가했던 이성효 주교(수원교구 총대리·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본부장)도 총회 후 특별히 ‘생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생육성은 단순히 아이를 낳는 생물학적 범위와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전해 주고 또 그 생명을 보호하는 남녀 모두의 역할이자 생명운동의 출발점 및 종착점”이라고 설명했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는 최근 이 총회 발표 내용을 한데 모은 책 「여성 문화, 평등과 차이」(166쪽/1만원)를 펴내고, 생명을 전하고 보호하는 ‘어머니의 생육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의 확산을 독려했다.
지난해 2월 ‘여성의 문화: 평등과 차이’를 주제로 열린 교황청 문화평의회 정기총회 모습.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는 최근 이 총회 발표 내용을 한데 모은 「여성 문화, 평등과 차이」를 펴냈다. 하상출판사 제공
이 책에는 ‘더 이상 여성의 노예화는 안 됩니다! 생명과 소명에 대한 책임, 2000년대 새로운 여성 노예화의 끈을 끊어라’, ‘여성, 문화, 교회’, ‘여성의 미(美)에 관한 몇 가지 고찰’, ‘평등과 차이 사이의 여성문화, 균형을 찾아서’, ‘생육성, 생명을 전달하는 기쁨’, ‘남성과 여성,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상과 유사성으로 창조하신 인류의 두 가지 성분’ 등의 주제 발표들을 번역해 실었다.
또 이성효 주교가 ‘성형수술 문제, 정체성과 마주한 세계의 이미지’를 주제로 제시한 발표문도 소개한다.
이 주교는 발표문에서 외모중심주의로 인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심각한 인간학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교회 안팎에서 성형수술의 가치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밝혔다. 이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외면에 머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복음이 인간 인격의 내면을 건드린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다면 외모중심주의로 약화된 개인적,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주체들이 어떻게 그리스도교적 정체성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상업화로 인한 환상적 모델을 수용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토착화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 주교는 “성형수술이 악마적 행동이고 죄라고 말하는 것이 관건이 아니라, 성형수술이 그리스도 자신이 강생 안에서 피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인간 삶의 나약성과 유한성을 은폐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각 발표문들은 또한 생명의 상징인 여성의 몸을 생명의 동반자가 되어야 하는 이들이 공격하고 폭행하는 문제,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또 다른 형태로 노예화하는 환경 등의 실태와 대안 등도 제시했다. 이어 여성이 타고난 섬세함과 감수성 등을 통해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펼쳐야할 보다 평등하고 상호교환적인 역할 등에 관해 밝히고 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