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훈 신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빨리 지나가는 것은 그냥 제 기분 탓인가요? 원고 마감을 알리는 메시지가 교구에서 날아오면 “벌써!?”라는 탄성이 나옵니다.
얼마 전 칠레에서는 큰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 청년이 동물원에서 완전히 옷을 벗고 사자우리에 들어갔습니다. 약간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평소에도 자신을 사자라고 생각하고 신적인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등 여러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런 청년이 자살을 한다면서 사자우리에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어떻게 됐겠습니까? 물론 사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온몸을 물고 흔들었죠. 소식을 들은 동물원 측은 재빨리 사자 두 마리를 사살해 버렸습니다. 덕분에 그 청년은 목숨은 구했지만 다음 날 과다출혈로 사망했습니다. 당시 몇몇 사람들이 찍은 동영상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사람들은 반으로 나뉘어서 의견 대립을 했습니다. 한쪽은 왜 자살한다고 들어간 사람 때문에 사자를 죽였는가? 다른 쪽은 무엇보다 사람의 목숨이 먼저 아닌가? 이런 의견들이 온 신문과 TV를 장식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겼죠. 부모의 부주의로 고릴라 우리에 빠진 아기 사건 말입니다. 과연 무엇이 먼저일까요?
칠레 현지에서 봉헌된 본당의 날 기념 미사.
많은 칠레 사람들은 동물들이 불쌍하다고 합니다. 사람에 의해 불쌍하게 갇혀 있다가 결국 사람들에게 목숨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길거리에 버려진 많은 개들과 고양이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이 동물을 그렇게 사랑하고 사람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고 있다면, 그래서 방송에 나와서 청년을 욕하고 비난하면서 동물 사랑을 이야기한다면, 매일 길거리에 떠돌아 다니는 수많은 동물들에 관해서는 과연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실 칠레의 거리는 떠돌아 다니는 개들과 고양이 천지입니다. 집 앞과 수많은 길에는 늘 갖가지 개똥들이 수놓아져 있습니다. 밤낮으로 짖어대는 소리에 잠을 못 잘 때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탓에 쓰레기 잔해들이 온 길바닥에 널려 있습니다. 작고 귀여울 때는 데리고 있다가 커지면서 사료 값이 많이 들고 또 성가셔지면 버리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집니다.
모든 사랑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비단 사람 간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 자신의 일, 취미 등등 모든 것에는 그에 합당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이런 책임을 소홀히 여기는 세상이 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순간의 행복, 기쁨만 쫓는 오늘날의 문화가 그렇게 무책임한 사랑, 우정을 나누게 만들지 않았나 합니다.
주님께서는 사랑을 입으로만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사랑의 무게 때문에 당신의 아들을 우리에게 주셨고, 아버지를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그 이유로 당신 목숨을 내놓으셨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사랑을 고백함과 동시에 그 사랑에 마땅한 책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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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