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매주 입원병동 찾는 청주 용암동본당 김용회씨
환우에 전하는 「매일미사」… 복음 전하는 특효약
주보 나눠주며 병원서 선교하다
말씀 풍부한 「매일미사」 떠올려
국립의료원 등 병원 교대로 방문
5차례 간암수술, 기적적 완치
본당 지원받아 복음전파 활황
김용회씨가 환우와 악수하며 격려의 말을 전하고 있다. 김씨는 2002년부터 매주 병원을 돌며 「매일미사」 책을 나눠주고 있다.
한 달 내내 미사 때마다 열심히 보지만, 그 달이 지나면 구석에 치워두는 「매일미사」 책. 집집마다 매달 1권, 일 년이면 12권씩 쌓이는 「매일미사」가 선교의 선봉에 섰다.
청주교구 용암동본당(주임 이명재 신부) 교우인 김용회(요한·73)씨 덕분이다. 김씨는 2002년부터 무려 14년 동안 거의 매주 한 번씩, 지역 내 각 병원들을 방문해 「매일미사」 과월호 70여 권씩을 환우들에게 나눠주면서 말씀을 전한다.
“평화를 빕니다!”로 시작하는 환우 방문은 열정적이고 유창한 권면으로 이어진다.
“세례는 하느님께 가는 차표를 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교리 받으시고 세례 받으세요! 그러면 마음의 평화도 함께 얻습니다.”
한 달 동안 뒤적거린 「매일미사」이지만, ‘중고’답지 않게 빳빳하게 각이 서 있다. 성당 입구 주보대 밑 나무장 문을 열면 수십 권의 「매일미사」 책들이 벽돌 아래 가지런히 놓여 있다. 김 씨는 신자들이 두고 간 과월호를 모아 선별하고 벽돌로 눌러둔다. 헌 「매일미사」라도 한달 내내 그렇게 있으니 새 책 같을 수밖에 없다.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해온지 3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레지오 활동의 하나로 주보를 들고 병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주보는 선교용으로는 적당하지 않았다. 성경 말씀이 풍부하고 매일의 전례가 담긴 「매일미사」 책이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들고 다니기가 무겁기도 했지만, 환우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의외로 귀찮아 하지 않고 책을 들춰보면서 이것저것 묻기도 하더라구요. 그러면 잠시 쾌차를 바라면서 기도를 해드리기도 합니다.”
투병 중이라는 절박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말씀에 대해 마음을 열어주는 것 같다는 김씨는, 지금은 매우 건강하지만 사실은 간암 수술을 5차례나 받았다. 거의 기적적으로 완치가 된 후, 그는 은총을 절감했고 병원을 찾는 발걸음이 더 가벼워졌다.
처음에는 청주성모병원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자원봉사자가 많은 가톨릭계 병원은 굳이 그가 찾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중심가에서 좀 떨어져 있는 하나병원을 찾기 시작한지가 10여 년이다. 그 외에도 충북대병원, 국립의료원, 효성병원, 한국병원 등 너댓 개 병원을 교대로 방문한다.
본당에서 거두어들이는 책이 매달 200권 남짓, 한 번 방문에 70여 권이 소요되니 조금 모자란다. 그러자 본당에서는 매달 일정 수량의 새 「매일미사」 책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비록 과월호라고 해도, 하느님 말씀은 영원하시지 않습니까? 조금 낡은 책을 주면서, ‘열심히 기도한 책’이라고 하면 오히려 더 좋아합니다. 하하하.”
본당에서 선교부장, 초대 명도회장을 지내기도 해서 선교에는 이력이 나 있다.
“나이가 많다고 해도 아직 건강합니다. 거동할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도 「매일미사」로 환우들에게 하느님을 전하는 이 보람찬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