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FunFun) 전례] (24) 제대에 촛불은 꼭 있어야 하나요?
‘빛’이신 그리스도 드러내고 신앙 사명 되새겨
17세기부터 초 사용 의무화
평일은 2개·주일에는 4개 사용
민이 : 신부님, 미사 봉헌할 때 제대 위에 항상 촛불을 켜 두잖아요. 촛불이 꼭 있어야 하나요? 이미 성당은 전등으로 밝은 상태인데, 촛불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티모 : 꼭 있어야 하지요. 미사 때 촛불을 켜 두는 것은 단순히 주위를 밝히는 용도가 아니거든요. ‘세상의 빛’(요한 8,12)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례 때 다들 불을 밝힌 초를 받았던 것 기억하시나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라고 하신 주님 말씀대로 그리스도인이 세상에서 빛으로 살아가야 할 사명이 있음을 기억하라는 뜻도 있지요.
세라 :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를 드러내고, 세상의 빛으로 살아갈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기억하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군요. 교회에서 ‘빛’의 의미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어요.
티모 : 예수님은 떠오르는 태양처럼 부활하셨고, 그분을 믿는 사람 모두를 비추시는 빛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볼 수 있어요. 이런 까닭에 ‘이른 아침 미사를 드리는 동안 떠오른 태양이 모두를 비출 수 있도록 한다’는 의도에서 동쪽 방향으로 성당을 짓기도 했죠.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민이 : 그럼 교회가 촛불을 사용한 것은 언제부터였나요?
티모 : 초세기 때 예배에서 초나 등불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는 악마를 쫓아내기 위해 불빛을 사용했던 이교도 관습에서 유래됐다고 하고요. 주위를 밝히기 위한 용도로도 썼대요. 그러다 4세기 때부터 초에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의미가 강조되기 시작했죠.
세라 : 그럼 미사 때 초를 의무적으로 사용한 것도 그때부터인가요?
티모 : 17세기에 와서야 의무화됐어요. 보통 평일과 기념일에는 2개, 의무축일과 주일에는 4개의 초를 밝히죠. 대축일에는 6개 초를, 공식적인 교구장 주교 집전 미사에서는 7개의 초를 사용해요.(「로마미사경본 총지침」 117항 참조)
민이 : 초는 꼭 제대 위에만 있어야 하나요?
티모 :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제대 위 혹은 곁에 두면 됩니다.(「로마미사경본 총지침」 117항 참조) 외국에서는 제대 주변에 초를 켜 놓기도 하죠. 그러면 제대가 그렇게 클 필요가 없어 공간 활용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세라 : 그동안 미사 때 제대 위 촛불을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빛’의 의미를 깨닫게 된 기회가 됐어요.
티모 : 전례에서 ‘빛’은 물질적인 것과 영적인 것을 잘 구별해 볼 수 있도록 해주시는 하느님의 은총, 그리고 우리 신앙을 상징하지요. 미사 때마다 촛불을 바라보며 참된 ‘세상의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따라 세상에 주님의 사랑과 평화를 밝히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면 좋겠습니다.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
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