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와 신학생을 위한 희년의 날’을 맞아 사제로서의 소명과 자비에 대해 생각해 볼 묵상거리를 제시했다. 교황은 지난 6월 2일 바티칸에 모인 사제들에게 세 번의 강연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고 사제들에게 이를 묵상할 것을 요청했다.
첫 강연은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이뤄졌다. ‘자비는 소외된 우리를 축제로 이끈다’는 주제로 강의한 교황은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탕아의 비유를 들어 묵상을 이끌었다.
교황은 돌아온 아들이 받은 환대와 ‘당황스러운 권위’에 대해 설명하고 “이것이 바로 완전한 수치심과 숭고한 위엄 사이에 놓여있는 우리 사제들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교황은 “더럽고 불순하며 비열하고 이기적이지만 동시에 주님의 빵을 나눠주도록 불림 받고 선택됐고, 신자들의 축복과 사랑, 배려를 받는 우리의 모습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돌아온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축제를 여는 것은 하느님의 자비가 순진하거나 멍청해서 악의 해악을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타날 악의 힘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모 대성당에서 이어진 두 번째 강연에서 교황은 죄를 ‘자비의 그릇’이라 말하고, 죄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교황은 “우리의 죄는 대개 체나 새는 바가지와 같아서 우리의 죄 때문에 하느님의 은총이 곧바로 말라버린다”고 말했다. 특히 “주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해 주어라’라고 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하느님께서는 자갈밭에 자신의 은총이 뿌리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면서도 계속 용서하시고 자비를 뿌리신다”면서 사제들에게도 끊임없는 용서를 당부했다. 이어 교황은 “하느님의 자비는 이 흉터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면서 “부활한 그리스도의 상처를 통해 죄와 은총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성 밖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그리스도의 향기와 자비의 빛’을 주제로 마련한 강연에서, 가난하고 아픈 이들에 대한 봉사는 교회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교회가 잘못과 실수를 범해 왔지만, “가난한 이들과 자비의 활동을 할 때에는 언제나 성령의 인도를 따랐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신자들은 가난한 이들과 병자들을 돌보며 인내심으로 가르치고 용서해주는 사제를 존경한다”면서도 돈 문제는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신자들은 사제의 많은 잘못을 용서하지만 돈과 관련된 문제는 다르다”면서 “돈이 자비를 잃도록 만드는 것을 신자들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신자들이 죄인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경험할 수 있게끔 훌륭한 고해사제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고해소 안에서 권력자나 재판관이 아니라 신자들의 회개를 돕는 사제가 되어 달라”고 덧붙였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