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룸벡에 있는 로레토 여자학교에 입학시킨 ‘드보라 아메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나중에 수녀님이 되고 싶다고 편지를 써 왔길래 아일랜드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여자기숙사 학교에 보낸 아이인데 혹시 기억하시나요? 그 아이가 2주간의 방학을 얻어서 아강그리알에 돌아왔습니다.
사제관에 인사하러 찾아와서는,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것에 감사하다면서 방학기간동안 본당 일을 좀 돕고 싶은데 자신이 할 만한 일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딱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감이 없어서, 일단 그 아이에게 방학기간 동안은 되도록 빠지지 않고 매일 아침미사에 참례하면 좋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약속대로 그 아이는 2주 동안 성실히 아침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례했습니다. 개학을 앞두고 떠나는 날, 그 아이는 저에게 찾아와서 방학동안 어떻게 지냈으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동안 그 아이가 매일 아침미사를 위해 성당에 다니자, 동네 사람들은 옆에서 수군수군 말이 많았답니다.
“저 아이는 신부님한테 잘 보여서 무엇을 더 얻어내려고 성당에 저렇게 열심히 다니나?” 대부분 이런 말들이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부나 커넥션’이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유행하고 있습니다.
‘저 사람은 신부님이랑 가깝게 지내.’
‘성당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야.’
이런 말들은 직접적으로 그 의미를 해석하면 ‘신부한테 잘 보여서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비난의 뜻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사람들의 욕심과 시기심이 보입니다. 아강그리알에 사는 사람들 중 본당의 도움을 단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배고플 때 찾아와서 식량을 지원받거나, 농사지을 씨를 얻거나, 옷을 받아가거나, 공구를 빌려가거나, 아플 때 진료소에 찾아와서 치료를 받거나 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한번쯤은 도움을 받아갔습니다.
아강그리알 현지의 미사.
그런데 이렇게 본당에서 도움을 많이 주다보니, ‘성당은 도움을 받으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깊게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정작 아무런 욕심 없이 성당에 하느님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도, 또 본당 일을 내 일처럼 앞장 서서 돕고자 하는 사람들도 이런 잘못된 인식 때문에 도리어 오해를 사곤 합니다.
‘미사에 나가서 신부님 눈도장을 찍으면, 나중에 뭘 부탁해도 잘 들어줄 것이다’ 이런 욕심에서 비롯된 기대와, ‘쟤는 또 뭘 얻으려고 성당에 나가나?’ 이런 시기심은 사목을 하는데 큰 어려움입니다.
아직은 미숙한 신자들이지만,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이 욕심과 시기심을 버리고 신앙의 기쁨을 체험하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하느님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어 진정한 공동체로 성장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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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