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선(피델리스) 전 회장이 6월 17일 서울 광장동성당에서 시각장애인 쁘레시디움 단장으로 16년간 봉사한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목발을 짚고도 혼자서는 움직이기 힘든 2급 지체장애인이 시각장애인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서기와 단장으로 23년간 봉사한 사연이 큰 울림으로 전해졌다. 비록 다리는 불편하지만 튼튼한 손과 맑은 정신으로써 시각장애인 레지오 단원들에게 신앙의 길잡이 역할을 해오고 있는 홍민선(피델리스·56·인천 만수6동본당) 인천가톨릭장애인연합회 전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인천교구 시각장애인 레지오 ‘애덕의 모후’ 쁘레시디움에서 지난해까지 16년간 단장을 맡았던 홍 전 회장은 6월 17일 오전 서울 광장동본당(주임 정월기 신부) ‘희망의 모후’ 꾸리아(단장 김미향) 초청 꾸리아 전 단원 대상 특강을 맡았다.
홍 전 회장은 4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여러 차례 대수술과 눈물겨운 재활 끝에 27년 만에 목발을 짚고 일어나 치과기공사로 자립한 사연을 지난해 12월 생애 처음으로 맡은 광장동본당 대림특강에서 들려줘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이번 특강은 홍 전 회장의 23년간의 레지오 활동, 특히 한국교회 레지오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16년 연속’ 단장 봉사를 통해 얻은 레지오 활동의 정수를 듣고 싶어 하는 광장동본당 레지오 단원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홍 전 회장은 먼저 “하느님께서 사도 바오로에게 바늘로 찌르는 듯한 병을 주셨듯이 저에게 장애를 주셔서 제가 교만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장애인으로 살며 저에게 상처를 준 이들을 레지오 주회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가운데 용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장애인 레지오 단원들의 손과 눈이 돼 16년간 단장으로 봉사하면서 하느님은 시련도 주시지만 반드시 극복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레지오 단장 등 간부진의 미덕에 대해 “‘내일’로 미루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오늘’ 최선을 다하고 작은 일에 충실하다 보면 단원들이 간부들을 따라오게 된다”며 “성실한 단원들로 인해 훌륭한 간부도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간부이기 전에 착한 단원이 먼저 돼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또한 “시각장애인 단원들은 눈을 못 보는 대신 청각과 기억력이 비상하게 뛰어나 레지오 주회 훈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려 깊은 언어를 배웠다”며 “레지오 간부들은 누구라도 단원들을 대할 때 신중한 언어를 써야 한다”는 지혜도 전했다.
올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만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홍 전 회장은 “대학 기말고사 기간이 겹쳐 특강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제 특강을 들은 레지오 단원들이 본당의 기둥으로서 신앙에서 멀어지는 청년들을 교회로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광장동본당 희망의 모후 꾸리아 윤순자(프란치스카) 서기는 “진솔한 강의 내용에 마음의 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