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과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카레킨 2세가 6월 26일 아르메니아-터키 국경 루사랏 소재 수도원을 방문해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 뒤에 보이는 산이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아라랏산이다.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특유의 강력하고도 겸손한 몸짓으로 가톨릭교회와 아르메니아 사도교회의 일치를 향한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
교황은 6월 24~26일 아르메니아를 방문했다. 방문 마지막 날인 26일 교황과 아르메니아 사도교회의 카레킨 2세 가톨리코스는 양 교회가 기도와 실천을 통해 같은 하느님을 따르고 있음을 천명했다.
에치미아진 대성당에서 정교회 양식으로 진행된 이날 미사에서 카레킨 2세는 교황의 방문 동안 양 교회가 “그리스도의 성교회는 하나이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피조물을 보살피며, 공통의 문제에 함께 대처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미사 뒤에 “우리는 만났고, 한 형제로 포옹을 했으며, 함께 기도하고, 그리스도가 세운 교회가 준 선물과 희망을 나눴다”면서 “한 심장을 가진 한 공동체로 교회는 하나라는 것을 믿고 경험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교황은 연설 뒤에 카레킨 2세에게 “나와 가톨릭교회, 우리의 완전한 일치를 위한 여정을 축복해 달라”면서 축복을 청했다. 카레킨 2세는 바로 일어나 교황에게 다가섰고, 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뺨에 세 번 입 맞췄다. 지난 5세기 이후 분열했던 가톨릭교회와 아르메니아 교회가 하나 되는 장면이었다.
이날 미사는 카레킨 2세가 주례했으며 교황은 의자에 앉아 전례에 참례했다. 교황이 즉위 후 정교회 전례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교황은 지난 2014년 이스탄불에서 바르톨로메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주례하는 전례에 참례한 적이 있다.
아르메니아 교회는 바르톨로메오와 타대오 사도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6개 동방전례교회 중 하나다. 아르메니아 교회는 506년 칼케돈 공의회에서 결정된 “그리스도 안에는 신성과 인성이 결합되어 있다”는 내용의 그리스도론 가르침을 거부해 분열됐다. 아르메니아 교회의 분열은 이후 동·서방교회 교회 대분열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아직 칼케돈 공의회와 연관된 신학적 차이점은 있지만 최근 반세기 동안 양 교회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카레킨 2세가 6월 25일 수도 예레반에서 열린 일치기도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CNS】
교황과 카레킨 2세는 이날 오후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그리스도교의 분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분열보다는 일치의 요소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화합해 사회 안에 그리스도교의 가치를 증진시켜 정의와 평화, 연대의 사회를 이루기를 바란다”면서 “화해와 형제애의 길이 우리 앞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2박3일 동안 아르메니아에 머물며 교회 일치를 위한 행보 외에도 정치적 메시지도 던졌다. 교황은 지난 25일 카레킨 2세, 세르즈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 등과 함께 수도 예레반에 있는 아르메니아 인종학살추모관을 찾아 헌화했다. 교황은 방명록에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한다”면서 “이 비극적인 사건이 희석되거나 잊혀선 안 된다”라고 썼다.
이 추모관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1915~1918년 저지른 대규모 학살을 기억하기 위해 마련된 장소다. 당시 투르크군은 150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의 아르메니아 방문은 아르메니아와 터키 국경 인근 코르 비랍의 한 수도원에서 마무리 됐다. 교황은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것으로 알려지는 아라랏산을 바라보면서 카레킨 2세와 함께 비둘기를 날리고 아르메니아의 평화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