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선보이는 60여년 전 ‘성미술 전람회’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한국 가톨릭 성미술 재조명’전
9월 21~27일 ‘갤러리 1898’서 당시 출품작 비롯 관련 자료 선보여
교회 미술 관리·보존 중요성 상기… 구체적 실천방안 제시하는 장
「노기남 대주교 화보집」에 수록돼 있는 1954년 성모성년 기념 성미술 전람회 모습.
1954년 10월 5일 서울 미도파백화점에서는 성모성년을 기념하는 ‘성미술 전람회’가 열렸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초대학장 장발(루도비코, 1901~2001) 선생을 중심으로 조각가 김세중 김종영, 공예가 이순석, 동양화가 장우성 등 당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 24명이 참여했던 전시회였다. 이는 한국 가톨릭 교회 미술 발전을 위해 건축가 화가 조각가 공예가들이 결속해 마련한 최초의 본격적인 가톨릭 성미술 전시회이다. 1950년대 한국 가톨릭 미술계의 특징을 반영함과 동시에 교회 미술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중요한 계기가 됐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별히 이 전람회는 현 가톨릭미술가협회 전신인 서울미술가회 발족을 이끄는 초석이 됐다. 서울 명수대성당과 혜화동성당 등 1950~60년대 근대적 양식의 새로운 가톨릭 교회건축에서 미술가들이 협력, 현대적이면서도 우리만의 고유함을 담아낸 작품으로 전례공간을 완성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 전람회가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 주최로 62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다. 9월 21~27일 서울 명동 1898 갤러리에서 열리는 ‘2016년 병인년 순교 150주년-한국 가톨릭 성미술 재조명’전을 통해서다.
김병기 작,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 1954, 가톨릭전례박물관 소장.
전시에서는 김세중 ‘복녀 김골롬바와 아녜스’,장우성 ‘성모포영상’, 남용우 ‘성모칠고’, 김병기 ‘십자가의 그리스도’, 김정환 ‘성모영보’, 박득순 ‘노주교상’ 등 6점의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들을 비롯해서 이순석·서세옥·이희태씨 등 참여 작가들의 관련 자료들이 선보인다. 한국전쟁 이전에 시도됐던 그리스도교 미술에 대한 새로운 노력들도 집중 조명될 예정이며, 아울러 한국 가톨릭 성미술과 관련한 아카이빙(Archiving) 전시도 준비될 계획이어서 일찍부터 교회 미술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그간 작자 미상으로 묻혀있던 당시 출품작들을 발굴, 한자리에 선보이며 한국 가톨릭 성미술 역사를 이미지와 문자로 기록, 정리하는 기회로써의 의미가 크다.
또한 ‘1954년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들이 역사적 미술사적 가치에 합당한 관리와 재조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교회 미술 관리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각 교구별 교회박물관 및 미술관 건립 추진 등 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문화위원회는 이를 위해 각 교구 가톨릭미술가협회와 협력한 가운데 운영위원회를 구성, 전시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위원회 문화위원으로서 전시의 기획 총괄을 맡고 있는 정수경(카타리나) 인천가톨릭대교수는 “성모성년을 기념해 개최됐던 전시가 자비의 희년과 병인년 순교 150주년을 맞아 다시 신자들과 나눠질 수 있어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당시 전시 작품 31점을 모두 찾고 싶지만 작품 이미지나 자료가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발굴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힌 정 교수는 “전람회를 보도한 경향잡지 기사에 따르면 전시 후 작품들이 모두 교회에 기증됐는데, 작품 대부분의 정확한 소재와 정보가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며 “성미술 전람회 작품을 소장하고 있거나 출처를 알고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다린다”고 했다.
※문의 및 제보 02-460-7627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