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의 집 책임자 박 한나 수녀가 이모처럼, 엄마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자 쪼르르 세워진 자전거와 바닥을 꽉 채운 운동화, 슬리퍼가 눈에 들어왔다.
6세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6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집. 보통 가정이면 아이들이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집에는 조금 특별한 수식어가 붙는다.
북한이탈여성이 데리고 온 아이들을 보살피는 ‘파티마의 집’.
‘한나 이모’로 불리는 박 한나 수녀(툿찡 포교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의 책임 아래 올망졸망 귀여운 아이들이 가정을 이루고 산다. 2011년 11월 마련된 이 곳은 북한이탈여성들이 한국에서 자립할 동안 아이들을 맡아 양육하는 그룹 홈이다.
여느 집과 다름없는 일상들. 유치원과 학교에서 온 아이들은 간식을 먹은 후 놀이터로 달려갔다. ‘한나 이모’가 아이들을 불렀다. “데레사, 안드레아, 태권도학원 가야지.”
이곳 아이들은 모두 유단자다. 보라, 빨강, 검정…. 피아노, 오카리나와 같은 악기도 잘 다룬다.
한나 수녀는 “아이들이 나이차가 있다 보니 친 형제자매처럼 우애 있게 지낸다”면서 “아이들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한국사회 일원으로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돌본다”고 말했다.
아이들 재능을 찾아주고, 특히 사회의 편견을 이겨내도록 가능한 다양한 교육을 받도록 한다.
“아이들에게 피아노, 미술 등을 가르쳐요. 한국에 오기까지 힘들었던 기억들,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엄마의 마음일까. 한나 수녀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싶다. 흥미를 보이거나 잘하는 것이 있으면 더 가르쳐주고 싶다.
파티마의 집 생활비는 수녀원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교육비가 꽤 든다. 대부분 중국에서 태어나 입국한 ‘중도입국자녀’들이라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다행히 뜻있는 이들의 후원과 봉사로 부족한 부분들을 채운다. 경북대학교 동아리 ‘동심회’ 학생들이 3년째 토요일마다 찾아와 아이들과 놀아주며 목욕탕도 데려가는 등 이모 삼촌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집의 맏이 에스텔(초 5)의 꿈은 선생님이다. 5년 전 이곳에 와서 받은 사랑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제가 배우며 얻은 기쁨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한나 수녀는 “현재 북한과 관계가 소홀해지다보니 북한이탈주민들과 자녀들에 대한 관심도 예전보다 적어진 듯하다”면서 “여기 파티마의 집 아이들뿐 아니라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자녀들이 통일의 희망으로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 갖고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움주실 분 010-8590-3431 파티마의 집 책임자 박 한나 수녀, 농협 301-0091-9310-51 (재)대구포교성베네딕도수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