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열린 군종사관 제74기 임관식. 이날 군종장교들은 생애 처음으로 장교 정복을 입었다.
7월의 첫날 군종사관 제74기 임관식이 열린 충북 영동 육군종합행정학교는 비가 올 듯한 궂은 날씨에 아랑곳없이 감격과 환희로 넘쳐났다.
4월 27일 충북 괴산 학생군사학교(문무대)에 입소해 6주간의 군사훈련을 마치고 6월 5일부터 3주간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후반기 직무교육을 이수한 천주교 18명, 개신교 19명, 불교 11명, 원불교 1명 등 모두 49명의 군종사관 후보생들은 이날 오전 11시 임관식을 통해 군종장교로서 신성한 직무를 시작했다.
메르스 사태로 외부 손님들이 참석하지 못한 채 쓸쓸히 진행됐던 지난해 임관식과 달리 올해는 임관 군종장교들의 가족과 친지, 선후배 성직자, 입대 전 사목하던 본당과 교회, 사찰 신자 등 7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종합행정학교 입구에 자리한 군종교구 남성대성당에는 ‘경축 군종사관 74기 임관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축제 분위기가 감돌았다. 육군종합행정학교 소속 간부들은 부대 입구와 위병소, 주차장, 본청 건물 안팎에서 흰 장갑을 끼고 밀려드는 외부 참석자들을 임관식이 열리는 본청 대강당으로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전국에서 몰려든 축하객들 대부분은 혹시라도 감격스러운 장면을 놓칠세라 새벽같이 승용차와 전세 버스를 이용해 오전 10시 즈음 종합행정학교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많은 참석자로 대강당 자리가 턱없이 부족해 각 종단 성직자들이 가족과 친지들에게 자리를 양보했지만 통로마다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오전 10시55분 군악대가 팡파르를 연주하면서 시작된 임관식은 임관사령장 낭독, 조국수호결의, 계급장 수여 등 한 순간 한 순간마다 군종장교들은 물론 가족과 친지, 신자들에게 역사의 한 장처럼 다가왔다.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는 이날 임관하는 군종사제 중 한 사람인 최혁 신부 어깨에 대위 계급장을 달아주며 “멋지고 자랑스럽다”고 감격했다. 최 신부는 “군종사제의 초심을 잃지 않고 군대에서 힘들고 괴로워하는 장병들을 위해 늘 헌신하고 기도하겠다”며 “군종교구장 주교님이 직접 달아주신 계급장을 무겁게 여겨 군사목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임관식이 끝난 뒤 종합행정학교 본청 홀에서 마련된 기념촬영과 축하식은 축제의 한 마당이었다. 제6해병여단(흑룡본당)에 부임하는 박상언 신부와 2013년 대전교구 사제서품 동기 공재호 신부는 “박상언 그레고리오 신부님 임관을 축하드립니다. 그 어려운 걸 또 해내셨습니다. 멋지지 말입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기훈 신부와 의정부교구에서 2012년 같은 해 사제품을 받은 한곤 신부는 “우리 동기 신부들 중 자원해서 군종사제의 길을 걷는 신기훈 신부가 어느 부대에서든 기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축하했다. 신 신부가 입대 전 부주임으로 사목했던 의정부주교좌본당 신자 유순애(스콜라스티카)씨는 “신기훈 신부님 임관식을 보려고 새벽 6시도 되기 전에 의정부에서 출발했다”며 “신 신부님은 너무나 좋은 신부님이셔서 군종교구에서도 훌륭히 사목하시리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군종장교 임관을 누구보다 기뻐한 이는 역시 어머니였다. 강철호 신부 어머니 박명희(마리아·서울 명일동본당)씨는 “군인들 위해서 열심히 사는 신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고 신부님이 건강하게 사목하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임관식 후 남성대성당에서 봉헌된 임관미사에서 오정형 신부(남성대본당 주임)는 군종장교 임관의 의미를 “임관식은 두 번째 사제서품식이고 임관미사는 첫 미사와 다름없다”고 정의했다.
유수일 주교는 임관미사 강론에서 “한 마리 양을 찾는 심정으로 산골 오지 군부대를 찾아가 단 한 명의 신자를 만나는 주님의 기쁨을 누리자”고 당부하며 사목권 수여와 더불어 정진석 추기경(전 서울대교구장)이 신학생 시절 번역한 「종군(從軍)신부 카폰」을 선물했다.
신임 군종사제 대표로 인사말을 전한 이동명 신부는 “훈련기간 보여주신 교회공동체의 사랑을 잊지 않고 필승의 신념으로 군복음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왼쪽)가 최혁 신부 어깨에 대위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 오른쪽은 최 신부 어머니.
대전교구 공재호 신부가 사제서품 동기인 박상언 신부의 임관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군종교구 남성대성당에서 봉헌된 군종장교 임관미사에서 신임 군종사제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