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 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 꾸시나요/
(중략)/ 나의 사랑을 믿나요/ 그대 생각 하다보면 모든 게 궁금해요’를 흥얼거립니다.
1980년대 말 아내와 열렬하게 연애하던 시절, 가수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아내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고 아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펴곤 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연인과 사랑에 빠졌지만 항공기와 사랑에 빠진 동료가 있었습니다.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 새벽부터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출근해서 차를 마시며 ‘언제 저 넓은 비행장의 눈을 치우나’ 걱정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희미하게 검은 물체가 지나갔습니다. 확인해보니 한 조종사가 폭설을 뚫고 자신이 관리하는 항공기의 눈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그 조종사는 평소에도 항공기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습니다. 항공기에 대한 연구도 ‘끌로 판다’고 할 정도로 구석구석 모르는 것이 없었고 비행임무가 편성되면 철저한 준비와 완벽한 임무수행으로 수차례의 표창도 받았습니다. 자신이 관리하는 항공기를 정비하게 되면 음료수를 사들고 직접 정비사를 찾아가 “제 항공기 정비 잘해주세요”라고 부탁도 했답니다. 그 조종사는 항공기를 애인처럼 사랑했기에 모든 것이 궁금했고 모든 것을 알고자 한 것입니다.
사랑하게 되면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사랑한다면, 아니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아는 것이 전제돼야 합니다. 즉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읽어야만 하는 것이죠.
저는 세례를 받기 위해 4개월간 노 수녀님으로부터 일대일로 빡세게(?) 특별교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례 때 공부한 것을 밑천 삼아 거의 십 년간 ‘발바닥 신자’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부님의 강론을 듣고 깊이 뉘우쳤습니다. 명색이 신자라면서 성경 읽기를 게을리했었습니다. 그래서 성경 통독에 몇 번 도전했으나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번번이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 다시 한 번 독하게 마음을 다잡고 ‘매일 아침 무조건 30분 이상 성경을 읽자’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결국 그해 10월 말 처음으로 성경을 완독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 이후 저는 매일 아침 30분 이상 하느님 말씀을 읽는 것이 습관화됐고 매년 한 번 이상 성경을 통독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궁금증으로부터 싹이 틉니다. 궁금증이 생기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진정으로 사랑하게 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4,16)라고 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성경을 읽는 것이 신자의 기본이 아닐는지요. 우리 모두 성경 완독에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이연세(요셉) 대령/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안전관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