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천은 서울에서 자연 생태가 잘 복원된 하천으로 손꼽힌다. 사진은 성북천 모습.
서울의 하천 중 자연 생태가 가장 잘 복원된 하천의 하나로 꼽히는 성북천에 새 산책로 조성이 추진되면서 지역 생태 환경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이재돈 신부)는 이에 따라 서울 성북구청장 앞으로 ‘성북천 내부 오른쪽 산책로 설치 계획 재고 청원’서를 전달했다. 환경사목위는 이와 함께 서울대교구 제4성북지구에 서명 운동 협조를 요청하고, 성북천에 인접한 돈암동 성당에서 첫 서명운동을 실시했다.
이에 앞서 이재을 신부(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서울대교구 담당)와 지역 주민 등은 5월 16일 성북구청장을 면담, 새 산책로 조성에 대해 재고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교구 환경사목위는 7월 1일자로 전달한 청원서에서 “이미 4명이 함께 오갈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 상태에서 또 하나의 산책로를 조성하는 것은 전형적인 난개발”이라고 지적하고 “새 산책로는 이미 복원된 녹지와 조류, 어류, 곤충 등의 서식지를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북천은 서울 성북구 북악 줄기 구준봉 기슭에서 발원해 청계천과 합류해 중랑천으로 흐르는 하천으로, 길이는 약 5.11㎞다. 현재 3~5m 넓이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성북천은 8년 전, 복개했던 것을 걷어내고 지류 복원사업을 진행, 현재는 자연 생태가 복원돼 다양한 식물과 어류 생태가 되살아나고 야생 조류들이 찾아오는 생태공원의 모습을 갖춘 상태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새 산책로를 조성하면서 한성대 입구에서 성북구청 사이 1.2km 구간에선, 초본 식물들이 제거돼 맨 땅이 드러난 모습이 군데군데 발견되고 있다. 공사는 당초 9월 완공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약 한 달째 잠정 중지된 상태다.
이경재(서울시립대 명예교수) 교수는 지난달 현장 답사 후 작성한 ‘성북천의 가치와 보호 방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성북천은 10여 년간 생태 복원이 잘 이뤄져 자연하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각한 가운데, 성북천 내에서는 마스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공기 정화와 산소 생산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