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중국 쑤저우교구 샤오헝탕본당 새 성당 봉헌식에 서울 가회동본당 신자들이 함께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샤오헝탕본당은 한국 최초의 선교사인 주문모 신부의 고향에 자리하고 있고, 가회동본당은 주 신부가 조선 땅에서 처음으로 미사를 집전한 곳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두 본당은 2015년부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순교자의 열정으로 아시아교회의 빛이 되어 주십시오.”
2014년 8월 아시아 지역 최초로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시대 한국교회가 짊어지고 나가야 할 십자가로 아시아 복음화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24위 순교자 시복미사에서 “한국교회가 아시아 복음화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아시아 곳곳에서 달려 온 청년들이 함께한 아시아청년대회에서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인 한국교회가 아시아 복음화의 주춧돌 역할을 해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아시아 복음화라는 한국교회에 주어진 시대적 징표를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교회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통해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성장한 한국교회가 부여받은 새로운 소명을 확인한 것이다.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소명을 인식한 순간, 하느님나라를 향한 한국교회의 여정은 새롭게 시작됐다.
가톨릭신문사가 중국교회 최대 언론인 신더셔(信德社)와 손잡고 지난 6월 2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마련한 ‘제1회 한·중 국제 심포지엄’은 아시아 복음화라는 대장정에 신기원을 연 장이었다.
가톨릭신문은 아시아 복음화와 이를 위한 한국교회 역할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와 접근을 위해 2회에 걸쳐 이번 심포지엄을 해설한다.
■ 아시아교회의 현실
한국과 중국 두 교회의 대표적 언론인 가톨릭신문사(사장 이기수 신부)와 신더셔(대표 리롱핀 신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심포지엄은 아시아 복음화를 향한 여정이 새로운 항로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번 심포지엄이 지닌 의미는 한국교회를 포함한 아시아교회가 딛고 선 현실을 이해하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아시아 대륙에는 전 세계 인구의 63%인 44억 명이 살고 있다. 인구 1, 2위 나라인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1억 명 이상인 12개 국가 가운데 7개가 아시아에 모여 있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는 1억4000만 명으로 아시아 전체 인구 가운데 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국민의 83%가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8299만2000명, 「2016 교황청 연감」)을 빼면 1% 남짓한 수준에 그친다.
이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몰려있는 동북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25%가 거주하고 전 세계 GDP의 20%가 생산되는 지역이다. 이미 세계 경제는 물론 인류 역사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하지만 이 이면에 복음화를 위한 목소리, 시대의 징표가 자리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당장 하루 한 끼도 해결하기 힘든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인구가 9억 명에 달한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복음일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종교 자유도 억압당하는 곳이 많다. 더 큰 문제는 인권 실태조차 파악하기 힘든 곳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반세기 넘게 분단 상태를 이어오고 있는 한반도 평화 문제도 아시아 역내(域內)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라는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처럼 아시아 대륙이 처해있는 현실은 모든 민족들의 참다운 발전을 추구하면서 하느님나라를 향해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기고 있는 가톨릭교회에 큰 십자가로 다가온다.
지난 6월 25일 열린 가톨릭신문사와 신더셔 공동주최 ‘제1회 한·중 국제 심포지엄’에서 중국교회와 언론매체의 현재에 대한 주제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중국, 포기할 수 없는 ‘포도밭’
교황청을 필두로 한 가톨릭교회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 대륙은 새로운 삼천년기 복음화 노력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특별한 지역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가톨릭교회가 복음화를 위한 공을 들여왔으나 번번이 걸려 넘어지길 반복해온 쓰라린 역사가 배어있는 아시아. 이 땅에서 13억 중국의 복음화를 향한 걸음은 아시아 대륙은 물론 전 세계 복음화 지형도에 전례 없는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수밖에 없다.
가톨릭교회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지난해 7월 남미 사목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놓은 말은 중국과 중국교회를 바라보는 보편교회의 눈길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중국은 찬란한 문화와 문물을 세계에 전해준 위대한 나라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중국 상공을 통과할 때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소망이 일었습니다.”
복음화의 여정에서 중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주님의 ‘포도밭’(마태 21,33-41)이다. 주인이 보낸 아들까지 무참하게 죽여 버리는 무서운 소작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땅이지만 본래 주인은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음 현실에서 가톨릭교회는 한국교회에 중차대한 소명을 맡긴 것이다. 지난 2015년 3월 한국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방문(앗 리미나) 때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주교들을 만난 자리에게 다시 한 번 “순교자의 열정으로 아시아교회의 빛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스도의 눈으로 보면 중국은 복음화를 위한 수많은 보화와 자산을 지닌 곳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복음의 빛을 발해 보지 못한, 그래서 가능성이 큰 땅이다.
■ 인터넷, 새로운 복음화 횃불 될까?
이러한 면에서 이번 심포지엄 중 신더셔 리롱핀(李榮品) 신부가 ‘교회 대중매체의 역할과 기능’을 주제로 발표한 내용은 많은 함의를 담고 있다.
“중국교회와 언론매체는 인터넷이라는 수단을 통해 양심원칙에 따라 공공정신을 함양하고 정보 소통에 나서고 있다.”
리 신부가 적잖은 시간을 할애해 소개한 중국교회 언론매체의 현재는 단순히 중국교회가 처해 있는 상황뿐 아니라 복음화를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리 신부가 밝힌 바대로 사실상 중국교회는 신문을 비롯한 서적, 잡지 등 전통적 매스미디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발전하면서 중국교회는 과거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폭넓게 신자·비신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전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법한 중국교회를 둘러싼 이러한 변화에 눈길을 둬야 하는 것은 중국 사회가 지니고 있는 특수성 때문이다.
중국은 194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종교를 정부 통제 아래 두는 ‘삼자(三自)정책’을 고수해오고 있다. 삼자란 ▲자치(自治) : 스스로 교회를 다스린다 ▲자양(自養) : 스스로 교회를 건설하고 인력을 양성한다 ▲자전(自傳) : 스스로 복음을 전한다는 것이다.
종교 자유는 허용하되 종교에 대한 외세 간섭은 철저히 배격한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주교 임명은 자치 정신에 속한다며 독자적으로 주교 임명권을 행사해오고 있다.
근래 들어 바티칸과 중국 정부가 동시에 승인해 주교를 임명하는 횟수가 늘기는 했지만 독자적 임명 관행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매체가 중국교회에 주어진 새로운 복음화의 횃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횃불을 어떻게 함께 받쳐 들고 하느님나라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가 이 시대 한국교회에 주어진 십자가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