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지금 한국은 여름을 보내고 있겠죠? 매년 더 뜨거워지고 더 많아지는 양의 비 때문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는 듯합니다.
칠레는 7~8월이 한겨울입니다. 남반구는 북반구와 반대 계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칠레는 지금 아침저녁으로 많이 춥고 안개도 많이 낍니다. 한국과 같은 혹한은 산티아고에 없지만 한기와 더불어 습기가 있어 등골이 시린 그런 추위를 가지고 있죠.
지금은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께서 칠레를 방문하시는 기간입니다.
방문 첫날, 시차 때문에 피곤하신 중에도 제가 맡은 산 골롬바노 공소의 저녁미사에 참례하셨습니다. 공소에 주교님께서 방문하시는 건 처음이라 봉사자들이 두 시간 전부터 나와 기다리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공소에 들어가자 저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빠드레(신부님), 우리 인사할 때 베소(볼에 뽀뽀하는 남미의 보편적인 인사)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렇게 한국사람처럼 할까요?”하면서 드라마에서 봤다며 배꼽인사를 하더군요. 전 그 모습을 보고 혼자 엄청 웃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봉사자들은 “빠드레, 우리 걱정되서 그러는데 웃으면 어떡해요” 이러면서 봉사자 자매 둘이 서로 인사 연습을 했습니다.
미사 시간이 될 무렵 주교님이 도착하셨고 그렇게 연습하던 봉사자들은 딱딱하게 굳어서 배꼽인사는 커녕 뻣뻣하게 굳은 채로 악수만 간신히 나누었답니다.
주교님께서 주례한 평일미사는 다들 처음이라 다른 공소에서도 몇몇이 미사에 나왔더군요. 보통 우리 본당 사람들은 자신의 공소가 아니면 아무리 가깝다 해도 나오지 않는데 주교님의 방문은 이들에게도 참 특별한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 주교님의 축복을 받고 가족별로 주교님과 기념촬영을 했답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칠레를 방문해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주일에는 백윤현 신부님께서 맡고 있는 공소에서 주교님과 함께 미사를 드렸습니다.
한국 신부가 맡고 있는 3곳 공소 신자들이 모두 모인 덕분에 작은 공소가 가득 찼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 틈틈이 스페인어 연습을 하신 주교님께서 직접 주례와 강론을 하셨죠. 모두 기쁘게 미사를 봉헌하고 주교님과 더불어 작은 나눔의 자리도 가졌습니다. 주교님의 방문 사진은 여러 교우들의 SNS를 장식했고, 먼 곳을 찾아와 주신 주교님의 수고로 작은 공소엔 모처럼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이렇듯 관심은 사랑의 아주 훌륭한 표현입니다. 머나먼 한국 땅에서 칠레의 가난한 동네에 찾아와 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축복을 빌어주신 주교님 덕분에 이곳의 많은 사람들이 큰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시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셨던 모습을 묵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분명 세상에는 관심, 사랑이 필요한 곳이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멀지 않은, 바로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그런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그들과 더불어 참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의 빛을 보여주는 훌륭한 선교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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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