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100세 시대’ 종교·나이 떠나 사랑 실천
6년째 복지사각지대 어르신 끼니 책임지는 ‘김해 삼방성가 나눔터’
봉사자 대부분이 60~70대
화·목요일마다 도시락 배달
용돈 아껴가며 정기후원도
김해 삼방성가 나눔터 자원봉사자 신경자씨가 7월 7일 이삼례 할머니 집을 찾아가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할머니, 많이 기다리셨지요? 밥 가져왔어요.” “아이고, 왔어요? 더운 날씨에 힘들 텐데, 정말 고마워요.”
삼방성가 나눔터 자원봉사자 신경자(43)씨가 이삼례 할머니 집으로 도시락을 배달하러 왔다. 따뜻한 밥과 반찬들이 푸짐한 게 4~5끼는 충분히 먹을 양이다. 폐지를 주워 손자 둘과 함께 생활하는 할머니는 꾸준히 방문해주는 봉사자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어려운 형편에 손주들 키우려니 더 힘든데, 이렇게 도와주시니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경남 김해시 삼방동에 자리한 부산교구 삼방성가 나눔터(대표 이 벤자민 수녀, 이하 나눔터)가 6년 동안 묵묵히 복지 사각지대 어르신들 끼니를 책임지고 있어 화제다. 나눔터는 매주 화·목요일 자원봉사자들 12명이 삼방동과 지내동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고 집마다 찾아다니며 전해준다. 대상자들은 대체로 거동이 불편한 홀몸 노인들. 자식으로부터 외면 받아 가난한데도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다. 봉사자들은 방문 때마다 일주일치 밥과 반찬을 제공하고, 외로운 어르신 말동무도 되어드린다.
나눔터 운영은 순전히 후원자들의 정성과 봉사자들 노력으로 이뤄진다. 주목할 만한 점은 봉사자들의 면면이다. 이들 역시 한 동네 주민으로,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못한데도 사랑실천에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부분 나눔터 설립 초창기 때부터 꾸준히 활동하는 이들. 종교도 가톨릭뿐 아니라 개신교, 불교, 통일교 등 다양하다. 연령층도 대체로 높다. 7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남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도움 받을 나이다. 배달봉사를 하는 최고령 김정기(임마누엘·79)씨는 자식들에게 받는 용돈을 아껴 6년째 매달 30만 원씩 나눔터에 후원한다. 차량 운전과 배달을 돕는 강진국(토마스·78)·김정길(힐라리오·76)·전삼재(마리아·68)씨,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김만순(그라시아·74)·송재현(아녜스·70)씨 등도 봉사의 매력에 나이를 잊었다. 일본인 야나기하라 유끼꼬(52)씨도 요리를 맡고 있다.
김정기씨는 “어려운 이웃의 집집마다 들러 그분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 기쁘다”며 “건강이 안 좋은 때 봉사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봉사를 하면서 건강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송재현씨도 “어려운 이웃들을 보면서 동병상련을 느끼고, 도움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찾는다”며 “제 목표는 오래오래 건강해서 그분들 위해 끝까지 봉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눔터 대표 이 벤자민 수녀(성가소비녀회 의정부관구)는 12명의 봉사자들이 종교를 떠나 예수님의 제자와 같은 복음적 길을 가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이 수녀는 “또래들은 인생을 즐기며 사실 텐데, 생활비까지 아껴가며 베풀고 몸으로 뛰는 봉사자들을 보면 정말 멋지고 존경스럽다”며 “‘강생의 영성’을 실천하고자 가장 낮은 곳으로 찾아가 비움과 겸손을 실천하는 분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010-6417-1445 이 벤자민 수녀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