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북구 칠포로 293에 위치한 포항 들꽃마을. 들꽃마을과 공장과의 거리는 50여 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차상위계층 무료보호시설인 포항 들꽃마을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인근에 들어선 수산물건조공장 때문. 포항 들꽃마을(시설장 최영배 신부)에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살아가는 중증환자들도 거주하고 있기에 소음과 악취를 유발하는 수산물건조공장 건립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장주 박씨는 공장 가동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2014년 터닦기 공사 때부터 이어진 주민과 공장측의 실랑이가 벌써 2년째.
포항 들꽃마을 시설장 최영배 신부는 “이곳은 우리 식구들이 평생을 살아가야 할 곳”이라며 “공장이 가동된다면 앞으로 1년 내내 악취와 해충, 소음에 시달려 마을주민과 모든 식구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2014년 5월 포항시로부터 신축 허가를 받은 박씨는 마을주민과 사전 동의나 환경 협의 없이, 1000여 평 부지에 공사를 시작했다. 들꽃마을 식구들과 흥안1리 마을주민들은 논으로 사용되던 땅에 공사가 시작된 것을 보고, 포항시에 정보공개를 요구해 ‘멸치건조공장’ 신축 공사임을 알게 됐다.
규모가 꽤 큰 수산물 건조 공장이기에 포항 들꽃마을 식구들은 물론이고, 마을 주민들에게도 크나큰 피해가 뻔히 보이는 상황. 이에 마을주민들은 공장 철수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이 장기화되던 지난해 5월 20일 포항시 관계자들의 중재로 박씨는 ‘수산물 건조 공장’이 아닌 ‘어구 보관 창고’로만 신축 건물을 사용하겠다는 합의서와 각서를 쓰고, 그해 12월 신축현장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주민들은 또 농성장에 모일 수밖에 없었다. 12월 15일 공장주 박씨가 최영배 신부에게 합의 내용을 지키지 못하겠다며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포항시가 12월 11일 공장을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건축물사용승인을 통보하면서 비롯됐다. ‘어구 보관 창고’로만 쓰겠다던 약속과는 무관하게 수산물 가공과 처리, 건조 모두가 가능해진 것. 마을주민과 들꽃마을 식구들은 박씨가 한 약속을 믿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최영배 신부는 5월 16일부터 5일간 단식농성까지 했다. 박씨는 공장에 냉동건조설비를 들여놓고, 설치를 막아선 마을주민들을 고발하고, ‘합의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