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이승익 신부, 모친 유산 5억 원 민족의 화해·일치 위해 기부
“이북 사람들에게 잘해주라”던 고인 뜻 따라
故 김효미 여사, 지난 6월 선종
한국전쟁 때 할아버지와 남하
평생 평양의 가족들 그리워해
이승익 신부(왼쪽)가 7월 15일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를 만나 기부금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뜻하지 않게 내려온 피난길이 가족들과의 생이별이 됐다. 그 아픔과 그리움을 품고 지난 6월 22일 세상을 떠난 김효미(미카엘라) 여사. 고인의 외아들인 의정부교구 이승익 신부(덕정본당 주임)가 7월 15일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를 만나, 모친의 유산 5억 원을 전달했다. 평소에 입버릇처럼 “이북 사람들에게 잘해 주라”고 하신 고인의 뜻에 따르기 위해서다.
“별다르게 민족 화해와 통일을 위한 활동은 하신 적이 없지만, 자나깨나 평양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셨고, 북한이탈주민들을 안쓰러워하셨지요.”
5남매의 맏딸로 평양의대를 나와 약사로 일하고 있던 모친은 전쟁이 나면서 할아버지와 함께 남하했다.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평양에 두고 왔다. 같은 평양의대 출신으로 의사인 부친 이중식(프란치스코)씨와는 부산에서 만나 혼인했다. 부친은 병환으로 이승익 신부가 어릴 적 세상을 떠났다.
이산가족 상봉은 포기했다. 동기 신부들과 부모님 동반으로 금강산 관광을 갔던 이승익 신부는, 모친이 ‘평양’ 번호판을 단 북한 차를 보기만 해도 다리가 꺽어져 주저앉는 모습을 보고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만난다고 해도 어떻게 다시 헤어지겠습니까? 견뎌내실 수가 없으실 것이라고 생각해서 포기했지요.”
모친도 동의했다. 그렇게 모친은 헤어진 가족들을 생전에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남북의 그 아픈 가슴들을 헤아리면서 유산을 기부하기로 작심했다.
뜻 깊은 정성을 받아든 이기헌 주교 역시 김 여사와 마찬가지로 평양 출신이다.
이기헌 주교는 “세 살 때 내려와 기억은 없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대동강, 모란봉, 평양역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 평양 시가지가 눈앞에 생생하다”면서 “모친의 귀한 뜻을 받았으니 고향을 떠나온 이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 가치있게 쓰겠다”고 전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