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형 중국 국기를 든 신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CNS 자료사진】
중국교회의 주교 임명과 교황 승인 없이 서품된 주교 처리 문제 등 그동안 교황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사안이 거의 합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양측의 관계 진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력한 의중이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교황청과 중국은 지난 4월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협상단을 구성했다. 협상단은 주교임명권과 8명의 불법 서품된 주교 문제에 관해 논의 중이다. 주교임명권의 경우 현재처럼 교구 성직자들이 선거로 주교후보자를 추천하면 교황이 이를 승인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다만, 교황청은 후보자가 적절치 못할 경우 이유를 제시하고 재선출을 요구할 수 있다.
불법으로 서품된 8명의 주교의 경우,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안에 이들을 사면할 것으로 보인다. 8명 중 3명은 이미 파문됐으며, 6명은 교황에게 주교 서품을 인정해달라는 서한을 보낸 상태다. 특히 로이터 통신은 최근 보도를 통해 “교황은 자비의 특별희년인 올해 이들을 사면해 중국에 선의를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대화는 지난 2009년 중국 정부가 교황 승인 없이 불법으로 주교를 서품하자 소강상태에 빠진 바 있다. 이후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국 전문가였던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교황청 외교의 수장인 국무원장으로 임명해 관계 증진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후 2014년 1월 로마에서 양측은 첫 회동을 시작으로 2015년 10월, 2016년 1월 등 모임을 이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월 구성된 협상단의 교황청 측 실무진에 “대화를 계속하며 해결책을 찾아라”라는 명확한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협상단은 5월부터 중국의 주교 임명을 위한 기술적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교황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다양한 태도를 보여왔다. 우선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선출되자 축전을 보냈고, 2014년 방한 당시 역대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영공을 통과하면서 시 주석과 중국 국민의 안부를 기원했다. 올해 2월 중국의 설날인 춘절에도 축전을 보냈고, 멕시코 방문 후 로마로 돌아가는 도중에는 “진심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교황청 중국위원회 위원인 예롬 헤인드릭스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자비의 희년을 맞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황청 소식통은 “중국과의 완전한 관계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교황이 새로운 길을 제시하면 우리는 그를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