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허브를 화분에 옮겨 심고 삽으로 흙을 정성스럽게 떠서 덮어주세요.”
선생님의 강의에 따라 아버지가 모종을 화분으로 옮겨 심는다. 어린 아들은 자기 손보다 훨씬 큰 삽으로 흙을 붓고 화분 다지기를 한다. 함께 심은 식물을 보면서 아버지와 아들은 환한 미소를 짓는다. 곳곳에서 생태체험관광 프로그램에 참가한 신자 가족들이 강의를 들은 뒤 정답게 실습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강원도 양양 ‘오색허브농원’에서는 20년째 생태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생태체험 관광은 가족휴가를 그리스도인으로서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큰 인기다.
생태체험 관광은 시골 지역에서 각종 체험프로그램과 숙박을 함께 제공하는 관광코스로, 자연에 관해 배우고 직접 체험하는데 안성맞춤인 프로그램이다. 일반인들이 운영하는 상품에서부터 지역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상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생태체험 관광은 주로 그 지역 특산물 등을 직접 재배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습한 뒤, 주변 관광지를 관람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의 생태체험 관광 프로그램 중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참가자들이 함께 토론하는 시간이 마련되는 것도 특징이다. 덕분에 전국 각 본당 신자들이 단체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강원도 양양 오색허브농원을 방문한 가족들이 허브를 화분에 옮겨 심고 있다. 오색허브농원 제공
생태체험 관광이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자녀들의 여름방학 과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자율학기제를 활용해 개별수업을 다니는 중학생들과 초등학교 교과 과정을 연계한 프로그램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덕분에 생태체험은 휴식과 자녀 방학숙제 해결, 생태적 삶의 실천 등 일석삼조 효과를 누리는 기회로 관심을 모은다.
오색허브농원 대표 이봉옥(효주아녜스·55·양양본당)씨는 “신자 가족들이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자연의 중요성을 깨닫고 서로 친밀감이 강화되는 것을 볼 때,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특히 “방문객들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갈 때면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교감하며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생태체험 관광에 대한 정보는 각 지역 관광청 홈페이지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체험한 방문객들의 블로그 후기를 참조하는 것도 좋다. 농촌진흥청의 경우, 생태체험 관광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골 농원들을 별도의 사이트를 통해 자세히 소개한다. 홈페이지에서 ‘지역정보’ - ‘농촌체험’으로 들어가면, 각 농원들이 운영하는 생태체험프로그램과 숙박시설 정보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농원들이 각각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프로그램들을 자세히 숙지하고 가면 생태체험 관광을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오색허브농원 생태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실습에 참가하고 있다. 오색허브농원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6월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한 이래 생태 영성은 그리스도인들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 교황은 회칙을 통해 인간 생태와 사회 문제를 가톨릭 신앙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의 대화와 생태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생태체험 휴가를 떠날 계획이 있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찬미받으소서」를 한 번쯤 읽은 후 체험지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올 여름, 자연을 배우고 즐기는 동시에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족휴가를 보다 뜻 깊게 보낼 수 있는 지침서가 될 듯하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모든 존재하는 것들과 맺어주시는 유대를 생각하며 세상을 밖이 아니라 안에서 관찰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개별적으로 주신 능력을 발전시킴으로써 생태적 회개는 우리가 더 큰 창의력과 열정을 발휘하도록 해줍니다.”(「찬미 받으소서」 220항).
※문의 농촌진흥청 1544-8572 www.nongsaro.go.kr / 오색허브농원 033-672-0462
정윤선 수습기자 goodsu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