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청년들은 ‘2016 크라쿠프 세계청년대회’ 본 대회에 앞서 7월 20~25일 폴란드 각 교구에 배정돼 ‘교구대회’(Days in Dioceses) 일정에 참가했다.
가톨릭신문은 한국 주교회의, 대전교구 참가단과 동행, 바르샤바-프라가교구가 준비한 교구대회 전 일정을 취재했다. 전체 일정을 지원해준 자원봉사자에서부터 대회의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공연단까지, 청년들의 신앙 체험을 위해 헌신해준 이들을 현장에서 만났다.
■ 청년대회 참가 중인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복음적 환대의 모습에 깊은 감명 받아”
“폴란드교회가 준비를 참 잘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러 가지 행정적인 처리도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복음에서 권고하는, ‘환대’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환대는 곧 믿음의 선물이지요.”
‘2016 크라쿠프 세계청년대회’ 준비위원회의 초청으로 청년들과 함께 폴란드를 찾은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는 청년들이 폴란드에서 겪은 환대의 체험은 그 자체가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강조했다. 유 주교는 “자원봉사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눈빛과 태도, 얼굴 등에서 따뜻한 환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집 안에서나 사회에서나 무한경쟁으로 내몰려 있지요. 형제자매 없이 혼자인 가정도 많습니다. 신앙생활도 혼자 하는 것이 아닌 만큼, 낯선 친구들을 공동체, 형제로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체험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키워갈 수 있을 것입니다.”
유 주교는 또 청년들이 별 어려움이 없이 생활하다가 많은 것이 모자란 외국에서의 생활을 통해,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는 성숙한 자세를 배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또한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것이 한국의 젊은이들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청년들의 당당한 모습에 긍지를 느낍니다. 우리가 다른 나라 청년들에게서 배우듯이 우리 역시 그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가르치고 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유 주교는 또한 성찬례를 통해 하느님께서 젊은이들의 가슴에 깊은, ‘신앙의 낙인’을 찍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 우리들의 마음속에 찍어주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표지는 평생 동안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모든 나라의 청년들이 모여 하느님 사랑의 표지를 가슴 깊이 새겨주는 이런 기회에 더 많은 젊은이들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 폴란드 예수성심본당 자원봉사자 마지크씨
“열린 마음 지닌 한국 청년들 환상적”
마지크 부크진스키(Macigj Buczynski·37)씨는 한국인 청년대회 참가단을 맞기 위한 지난 2년간의 준비 과정을 헌신적으로 이끈, 폴란드 바르샤바-프라가교구 예수성심본당 자원봉사자다.
놀라울 정도로 활력이 넘치는 그는 쉼 없이 참가자들과 능통한 영어 혹은 폴란드어로 소통하면서, 한국 참가단(대전교구) 도착부터 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성당과 홈스테이 가정들 사이를 뛰어다녔다.
“한국 젊은이들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친절하고 따뜻하며 열린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젊은이들입니다.”
많은 한국 참가자들 역시 그를 보고 ‘헌신적’이고 “무엇이든 도와주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년 동안 WYD를 위해 본당 공동체 전체가 애쓴 것이지, 제가 특별히 열심히 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본당 신자들이 함께 준비했지요.”
성가대 등 본당의 이런저런 단체 활동에도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마지크씨. 그뿐 아니라 본당 모든 신자들은 수없이 많은 회의를 하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손님들을 배려했다. 예수성심본당 공동체의 이러한 환대에 한국 참가단은 깊은 감사를 잊지 않았다.
■ 생활성가 밴드 ‘이사야 53’ 단장 김진씨
“바쁜 일정에도 활력 넘치는 공연”
1999년 창단, 2003년 대전교구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인준을 받은 생활성가 밴드 ‘이사야 53’. 단장 김진(대건안드레아·41)씨는 청년대회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기운이 넘친다.
이번 공연단은 건반, 드럼, 기타 등 악기 연주자 5명에 남녀 보컬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원래 22명의 단원들이 활동하는 그룹이지만, 각자 생업을 따로 두고 있어 청년대회의 긴 일정에 모두 참가하기는 어려웠다.
음악을 업으로 하는 단원도 있지만, 단장인 김씨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게다가 일반 참가자들과는 달리, 청년대회 준비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여러 차례 공연을 해야 하기에, 가뜩이나 바쁜 일정을 잘게 쪼개 써야 하는 입장이다.
‘이사야 53’이 공식 초청을 받은 것은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 스타니스와프 리우코 추기경의 추천 덕분이기도 했다. 리우코 추기경은 크라쿠프 청년대회 준비위원회에 아시아 청년대회 당시 공연을 한 ‘이사야 53’의 성가들을 적극 참조하라고 권유했다고. 특히 ‘이사야 53’의 성가에는 전례적 성격이 짙게 배어 있어, 무리 없이 대회 초청을 받을 수 있었다.
‘이사야 53’은 이미 교구대회 기간 중 세 차례의 공연을 펼쳤다. 바르샤바 문화예술궁전 앞 공연장에서 가진 공연은 지나가는 시민들로부터도 열띤 환호를 받았다.
■ 대전교구 평신도 선교사 모니카씨
“청년들 가슴 속 아름다움 꽃피우길”
한국 참가단 중에서 유일하게 폴란드어를 능통하게 하는 평신도 선교사 모니카 자브가(Monika Jawga)씨. 실제로 그는 폴란드 사람이다. 2006년부터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해 1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왔지만 여유를 즐길 시간은 없다. 모니카 선교사가 소속된 대전교구 참가자들이 하루 종일 그녀를 찾기 때문이다. 강론 통역부터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것까지도 폴란드 현지에선 그녀의 몫이 됐다.
그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아시아 각국 참가단들과의 연락부터 온갖 행정적 일 처리까지 그녀의 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당시 그녀의 헌신이 아니었으면 아시아 청년대회가 그렇게 유연하게 치러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아무리 소소한 일이라도 끝까지 처리해주는 친절한 모습의 모니카 선교사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을 안쓰러워한다. “한국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는, 이들을 돕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했다”는 모니카 선교사. 교구 청소년 프로그램인 피앗(FIAT)에서 소중한 신앙 체험을 하고 돌아온 자녀에게 그날 당장 학원에 가라고 했다는 한 부모의 일화를 듣고는 화가 났다고도 토로한다.
“우리 청년들의 가슴 속에는 아름다움이 가득합니다. 다만 아직도 잠자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꽃피게 해야 합니다.”
■ ‘정은혜무용단’ 단장 정은혜씨
“한국 춤으로 자비의 메시지 전달”
청년대회 기간 중 모두 4차례,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기간 중인 7월 27일과 29일 크라쿠프에서 실내 및 옥외 공연을 모두 선보일 ‘정은혜무용단’ 단장 정은혜(가브리엘라·60)씨.
청년대회 준비위원회 공식 초청을 받은 이번 작품은 ‘몽(夢), 춤의 대지’. 정 단장은 “인간의 존재 의미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역사와 창조의 시간들을 형상화하고 생과 사를 하나로 표현해 미래를 채비하는 부활의 숨결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청년들이 모여 평화와 희망, 자비를 갈구하는 청년대회의 문화 공연에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정 단장은 “한국 춤의 뿌리를 바탕으로, 정신적인 자비와 한민족의 덕 등을 작품 안에 불어넣었다”면서 “인간의 유한함에서 비롯되는 절망, 고통, 갈등 등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승화되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무용단은 본 대회 일정 외에 교구대회 중에도 바르샤바에서 세 차례의 대중 공연을 펼쳤다. 무용단은 1986년 창단,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정상급 무용단으로서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창작 작품 중심의 활동을 통해 한국 춤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왔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