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좌신부 2년차를 수지본당에서 지냈습니다. 제가 사목할 당시는 성당을 건축하던 중이라, 미사 후에 지하성당에서 여러 쁘레시디움이 레지오마리애 주회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훈화를 할 수도 없었고 그냥 조용히 강복만 드리고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팀에 갔더니 꽃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그래서 강복을 드리고 나서 “꽃이 참 아름답네요”라고 말한 후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미사 후에 신자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어느 신자 분이 저에게 와서 그러시는 거예요.
“신부님, 감사합니다.”
저는 영문을 몰라 왜 그러시느냐고 사정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당신이 사실 미국에 있는 남편과 싸우고, 계속 함께 살아야 될지 말아야 될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제가 주회 때 와서 “꽃이 참 아름답네요” 했던 말에 마음이 풀려 미국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화해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게 감사하다는 거예요.
이건 누가 한 일입니까? 하느님께서 하신 일이지요. 제가 한 것은 “꽃이 참 아름답네요”라는 말뿐이었지요.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우리가 용서를 결심하기 이전에 우리를 위해서 무언가를 준비하시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가 용서를 통해서 당신의 삶을 살기를 바라시는 거지요. 혼배미사 강론을 할 때면, 어떤 수녀님께서 제가 사제생활을 막 시작할 때 보내주신 글을 나누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라면>
갈 길이 아무리 멀어도 갈 수 있습니다.
눈이 오고 바람 불고 날이 어두워도 갈 수 있습니다.
바람 부는 들판도 지날 수 있고 / 위험한 강도 건널 수 있으며
높은 산도 넘을 수 있습니다. / 누군가와 함께라면 갈 수 있습니다.
나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라면.
손 내밀어 건져 주고, 몸으로 막아 주고, 마음으로 사랑하면
나의 갈 길 끝까지 잘 갈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은 혼자 살기에는 너무나 힘든 곳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사랑해야 합니다.
단 한 사람의 손이라도 잡아야 합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믿어야 하며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나의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동행의 기쁨이 있습니다./ 동행의 위로가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동행에 감사하면서 눈을 감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험난한 인생길 누군가와 손잡고 걸어갑시다.
우리의 위험한 날들도 서로 손잡고 건너갑시다.
손을 잡으면 마음까지 따뜻해집니다.
이 글을 읽어 주고 신랑 신부에게 묻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누군가가 누구입니까?”
거의 다 신랑은 신부라고 하고, 신부는 신랑이라고 하지요. 저는 여기서 말하는 누군가는 바로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결혼생활을 항상 하느님과 함께하라고 말씀드립니다. 우리의 어려움도 하느님과 함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