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땀은 열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방어 기전이지만 습도가 75% 이상인 경우에는 열을 내리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하니 우리나라 여름이 덥기도 덥지만 습도도 높기 때문에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이런 여름, 활력을 잃지 않기 위해 보양식을 먹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보양식으로 뜨거운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는다. 서양의학적으로는 따뜻한 음식으로 땀이 나게 되고, 땀이 증발되면서 열을 방출시킨다. 한의학적으로는 이열치열이라는 치료방법에 해당된다. 이열치열은 따뜻한 음식으로 여름을 이겨낸다는 뜻으로 선조들도 땀을 냄으로써 열을 내리게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또 다른 이론은 더위에 찬 음식을 너무 과다하게 먹게 되면 배탈이 잘 나고 가뜩이나 땀도 많이 흘리는데 배탈까지 나서 설사를 하게 되면 탈수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래서 따뜻한 음식을 먹음으로써 장의 기능을 튼튼하게 유지하고자 하였다.
무덥고 습한 여름에 사람들이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 몸은 외부 환경에 의해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체력이 저하됨을 느끼면 지금도 우리가 즐겨먹고 있는 삼계탕, 장어구이, 추어탕, 민어매운탕, 사골국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보양식에도 불구하고 무력감이 지속된다면 한의원을 찾아가보자. 흔히 여름철에 복용하는 약들이 있지만 옆집 사람이 먹고 효과 본 한약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게 한의학이니 개개인이 느끼는 증상을 위주로 하면서 본인의 체질을 감안한 처방을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무력감이 지속된다면 여름철에 나타나는 단순한 신체의 생리적인 부적응현상인지 아니면 질병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무력감이 지속되면서 동반증상으로 체중 감소, 증가 등의 체중 변화가 있거나 두근거림, 혹은 맥박이 너무 느리거나 여름인데도 추위를 타는 경우 혹은 심한 열감을 느끼는 경우, 밤에만 베게와 이불을 흠뻑 적실 정도의 땀이 나거나 가래,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이 동반되었거나 어떤 특정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그리고 눈 밑이 창백하면서 숨이 차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검사를 통해 질병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질병인 경우 그 질병 자체의 진행과정과 예후를 알고 있어야 잘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치료하든 한약으로 치료하든 그건 개인의 결정일 수도 있지만 이미 알려진 질병의 경과와 예후를 모르면서 어찌 잘 치료할 수 있겠는가. 여름철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에 무조건적인 과잉검사를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적절한 치료법이 있는 질병에 보양식과 보약으로만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문제이다. ‘설마…. 그럴 리가…. 아닐 거야…’하는 방심이 의학에서 경계해야 할 말들이다.
전성하(토마스 아퀴나스) 과장
전성하 과장은 경희대학교 한의학과와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서 한의사와 의사 전문의 자격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