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는 대회 참가자들..【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27~31일 세계청년대회가 열린 폴란드를 방문했다. 4박5일의 일정 동안 교황은 청년대회에 참석한 각국 젊은이들을 만나 그들을 향한 기대와 희망을 전했다. 교황은 또 크라쿠프와 야스나고라, 아우슈비츠 등을 방문하면서 폭력과 분쟁, 테러로 얼룩진 오늘날의 세계에서 참된 평화를 위한 노력을 호소했다. 교황의 주요 일정과 행사 이모저모를 들여다본다.
■ 교황, 청년 만나는 자리마다 활짝 웃음꽃
바쁜 일정을 소화한 교황은 다소간 피로를 느끼는 듯도 했지만 젊은이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항상 만면에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교황은 28일 야스나고라 수도원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중 잠깐 넘어져 부축을 받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저녁 크라쿠프 브로니아 공원에서 열린 환영식에서는 눈에 띄게 쾌활한 모습을 보이면서 젊은이들에게 반가움을 표시했다. 특히 폐막미사를 앞둔 30일 저녁 7시30분에 열린 폐막미사 전야제에서는 6명의 청년들을 교황 오픈카에 함께 태웠고, 행진 후에는 제단 위에까지 청년들과 동행해 그들이 자신의 발치에 앉도록 배려했다.
교황이 전야제에 참가하기 위해 젊은이들과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CNS】
전야제에서 청년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는 교황.【CNS】
■ 세상은 전쟁 중, 평화를 위한 기도 호소
교황은 오늘날 세계는 전쟁 중이라고 말했다. 27일 로마에서 크라쿠프로 향한 비행기 안에서 가진 회견에서 교황은 “이익을 얻기 위한, 돈을 위한, 천연자원을 빼앗기 위한, 다른 민족을 지배하기 위한 전쟁, 이것들은 모두 전쟁들”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2014년 9월 저명한 유다교 지도자 40명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같이 지적한 바 있다. 이후에도 교황은 여러 차례에 걸쳐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기심과 탐욕에 의한 전쟁을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면서 평화를 촉구했다.
교황은 30일 전야제에서 다시금 젊은이들에게 전쟁을 불식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권하고, 잠시 동안 침묵 속에서 청년들과 함께 기도했다.
■ 야스나고라서, 폴란드 개종 1050주년
체스토호바 야스나고라에서 교황은 폴란드 가톨릭 개종 105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미사에는 폴란드 두다 대통령 내외와 정부 고위 관리들이 모두 참례했다. 교황은 당초 헬리콥터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궂은 날씨로 차량을 이용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개종 1050주년을 축하하고 “십자가 아래에서 성령을 기다리는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시는 성모님께서 과거의 모든 잘못과 상처를 벗어나 모든 이들과 함께 친교를 나누도록 도와주실 것”을 기원했다.
■ 아우슈비츠, 침묵의 웅변
아무런 말도,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이 혼자였다. 하지만 29일 목요일 아침 아우슈비츠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침묵은 온 세상 모든 이들에게 천둥처럼 울렸다. 그리고 침묵 중에 드리는 용서를 청원했다.
인간의 야만성을 여실히 드러낸 그 참극의 현장에서 교황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2시간에 걸친 이 여정에서 교황은 단지 방명록에 스페인어로 “주님, 당신의 백성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그처럼 많은 잔혹한 행위에 대해 용서하소서”라고 적었을 뿐이다.
교황은 이날 방문에서 생존자 15명을 만나, 여러 차례에 걸쳐 그들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교황은 이어 성 막시밀리아노 콜베 신부가 수감됐던 방을 찾아 5분간 기도를 했고, 비르케나우 수용소에도 들렀다.
■ “복음은 미완성, 자비로 완성해야”
교황은 30일 오전 크라쿠프 성 요한 바오로 2세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폴란드의 주교단과 사제들, 수도자들에게 “복음은 아직도 쓰여지고 있으며 우리들은 ‘자비’로써 복음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약 7000여 명이 참례한 미사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봉사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그리스도의 성체를 참으로 공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교황은 ‘하느님 자비의 성당’을 찾아, ‘자비의 문’을 통과하고, 파우스티나 성녀의 유해가 묻혀 있는 자비의 성모수녀원 경당을 방문한 뒤, 8명의 신자들로부터 고해성사를 들었다. 교황은 방명록에 “저는 희생이 아니라, 자비를 열망합니다”라고 적었다.
■ 어린이병원 방문
교황은 29일 아우슈비츠에서 돌아온 뒤, 크라쿠프 프로코침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어린이 환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부모와 병원 의료진들을 격려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현대 문화는 자주 ‘버리는’ 문화이고 그 희생자는 항상 가장 연약한 이들”이라면서 “가장 약한 이들을 환대하고 돌보는 일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했다.
프로코침 병원은 매년 3만3000여 명의 어린이들을 진료하는, 폴란드 남부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어린이병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7월 30일 크라쿠프 외곽 라기에프니키 하느님 자비 성지에서 청년에게 고해성사를 주고 있다.【CNS】
7월 30일 점심 식사를 교황과 함께한 행운의 주인공들. 【CNS】
■ 교황과의 식사
30일 토요일 점심, 교황은 각국의 청년들과 크라쿠프 대교구 주교관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행운의 참가자들 중 한 명인 도로타 압델물라 청년대회 대변인은 식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매우 감동적이고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님께서도 젊은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진심으로 행복해하셨다”면서 “교황과 세상과 인생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은 청년대회의 취지와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폐막미사 제대
폐막미사를 위해 특별 제작된 제대는 전체가 흰색으로 꼭대기에는 십자가와 자비로우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올려져 있었다. 십자가의 앞뒷면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파우스티나 성녀의 모습이 흑백으로 새겨졌다. 제대 뒤편에는 냉방장치가 된 방과 수납공간, 통역실, 그리고 전야제와 폐막미사 출연자들의 분장실이 마련돼 있다. 제단은 교황 환영식이 열린 브로니아 공원에서 사용된 것을 그대로 옮겨왔다.
■ 교황 청년대회 기념품 배낭 받아
교황은 폴란드에 도착하자마자 한 청년대회 관계자로부터 기념품 배낭을 선물 받았다. 교황은 청년대회 사이트가 지난해 개설되자마자 첫 번째로 온라인 참가 신청을 한 주인공이다. 청년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순례자들에게 증정되는 이 배낭은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구성됐지만, 특별히 교황에게 선물한 배낭은 흰색이었다. 그 안에는 우비, 어깨나 머리에 두를 수 있는 밴드, 영문으로 “Jesus, I trust in You”라고 새겨진 팔찌, 극세사 타월, 그리고 청년대회 일정을 실은 기도서가 함께 들어있다.
폴란드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